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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②]신세경 "진취적 캐릭터? 궁중여인도 사랑만 갈구하진 않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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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관 구해령'에서 구해령 역을 열연한 신세경이 이림 역 차은우와의 호흡에 대해 언급했다. 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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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신입사관 구해령’을 통해 데뷔 첫 사극 도전으로 화제를 모은 파트너 차은우는 연기력 면에서 호불호가 갈리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신세경이 현장에서 직접 느낀 차은우의 열정, 그리고 그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리딩을 시작으로 동료로서 함께 하면서부터는 캐릭터에 너무 제격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녹서당이라는 공간에 20년 동안 갇혀 있어서 세상에 티가 묻지 않은 이림의 모습을 너무 완벽하게 표현해 준 친구라고 생각해요. 티 묻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된 듯한 순수한 느낌을, 어떤 기술로 표현한다고 해도 그게 더 이상할 수 있잖아요. 너무 완벽한 캐스팅이라 생각했어요."

마치 ’백지’ 같았던 차은우의 면을 높이 산 신세경. 현장에서 연기적으로 도움 받은 일도 많다고 했다. "’구해령’은 기존에 했던 사극과 달리 가벼운 작품이라 발랄하고 유쾌한 사건들 또 한편으로는 해야 하는 이야기가 공존한 드라마였어요. 너무 붕 뜨거나 하는 걸 균형을 맞춰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쾌함이나 상쾌함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점에서 차은우가 가진 표현의 참신함이나 갖고 있는 신선함이 시너지가 돼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차은우가 너무 꽃미모라 사실 부담도 됐다. 어느 작품이나 비주얼적인 어울림을 고민하긴 하지만 이번에도 부담이 없었다고 말할 순 없다"며 배시시 웃었다.

드라마는 방송 내내 동시간대 1위를 달렸지만 폭발적인 호응보다는 고정 시청자의 열띤 지지 속 막을 내렸다. 아쉬움이 남을법 하지만 신세경은 "시청률과 관계 없이 나는 ’구해령’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눈을 반짝였다.

"요즘 시청률은, 사실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애초에 이 작품을 선택했던 건 작품이 가진 색깔이나 결이 좋았기 때문인데, 그런 점을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잘 유지해 시청자에게 잘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폭력적인 요소도, 억지 갈등도 없고 시청자들에게 무해한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어 기분 좋아요. 덕분에 정신적인 고통 없이 온전히 내가 하고자 하는 연기에 집중해서 할 수 있었죠. 가치관에 어긋나지 않는 작품을 한다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고, 아주 큰 기쁨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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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은 사극 속 여성 캐릭터를 주체적인 여성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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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 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꽉 찬 필모그래피를 자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출연하는 사극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사극 여신’이라는 애칭을 얻고 있는 신세경. 그는 사극이라는 장르를 특별히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만이 아닌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보는 편인데, 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고 선택했던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세경이 연기하는 사극 속 인물이 흔히 ’여성 사극’ 하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장희빈, 장녹수 등의 캐릭터처럼 화려한 한복을 입고 궁 안에 앉아 왕의 사랑을 구하거나 투기하고, 권력을 탐하는 보편적인 ’궁중 여인’상은 아니라는 점은 좀 특별하다. 이러한 지점에 대한 신세경의 생각은 어떨까.

"만약 (장희빈이나 장녹수 같은 역할) 제안이 온다면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겠죠. 개인적으로 큰 도전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이전에 해왔던 사극 작품이나 캐릭터는, 그런 점들이 좋았어요. 조선시대 혹은 여말선초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들이 할 줄 아는 게 투기밖에 없는 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단순히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 외에, 그 시대를 살아가고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걸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좋았죠."

실제 자신과 비슷한 인물과 도전이라 할 만한 인물 중 연기적으로 어떤 캐릭터에 더 끌리는지 묻는 질문에도 ’현답’이 나왔다.

"두 가지 요소 다 있는 것 같아요. 저와 비슷한 인물 혹은 도전해보고 싶은 인물. 하지만 아직 제가 연기자로서 부족한 점이 더 많기 때문에, 아직은 도전보다는 작품에 해가 되지 않게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의 캐릭터를 선택하게 되곤 해요. 내 선택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곳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역량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도전하는 것보다는 책임질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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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의 아이콘 신세경은 다가올 30대의 시간에 대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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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했다시피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신세경은 ’지붕뚫고 하이킥’(2009)부터 본격 성인 연기에 도전, 이후 ’뿌리깊은 나무’(2011), ’패션왕’(2012), ’남자가 사랑할 때’(2013), ’아이언맨’(2014), ’냄새를 보는 소녀’(2015), ’육룡이 나르샤’(2016), ’하백의 신부’(2017), ’흑기사’(2018) 그리고 이번 ’신입사관 구해령’까지 공백기 없이 매 년 작품으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작품마다 다른 이야기와 다른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나지만 시청자에게 신세경이라는 배우가 지닌 존재감이 큰 만큼, 작품 속 인물에 앞서 그 자신의 성장을 고스란히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나날들. 그 와중에도 냉정하게 매 번 ’성장’을 바라는 시청자들도 분명 존재한다.

물론 연기 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일은 거의 없지만, 작품마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고민은 어쩌면 신세경 자신에게 가장 크다.

"1년 사이에 성장을 일궈내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그리고 연기라는 종합예술이 수학 문제처럼 뚜렷한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보는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향으로 고민하고 생각하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가진 문제점 혹은 단점을 나만의 마음 속 오답노트에 기록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되, ’저 이만큼 성장했어요 잘했죠?’라고 인정 받으려 하기 보다, 내가 맡은 이 캐릭터로 완벽하게 분하기 위한 작업이 먼저인 것 같아요. 사실 ’신세경 어땠네’라는 평가보다 온전히 캐릭터로 흡수된 모습을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이고, 그렇게 봐주시는 것 자체가 성장을 의미하는 거니까. 둘을 떼어놓을 순 없는 것 같아요."

30대가 된 2019년을 돌아보면 "좋은 부분이 많다"는 신세경. 앞으로 펼쳐질 30대의 10년에 대해선 "지금처럼 쉴 때 잘 쉬고 일할 때 열심히 일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는 소박하고도 원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20대 초중반 때 한 인터뷰 기사를 돌아보면, 굉장히 지쳐있었더라고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안정감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서른 살 이후의 내 삶은 더 좋을 것 같아요. 더 이상 내가 서 있을 자리를 위태롭게 여기지 않아도 되고, 내가 해야 할 본업의 본질에 충실해도 되겠다는 생각? 사람으로서도,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점이 많아요.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요."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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