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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인터뷰]'맨 끝줄 소년' 박윤희·안창현 '공통점은 연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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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제작, 24일부터 자유소극장서 개막

뉴시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19 SAC CUBE 연극 '맨 끝줄 소년' 배우 박윤희, 안창현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0.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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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제가 하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배우 박윤희(52)는 유독 올해 들어 이렇게 자문하고 있다. 삼연 째 공연을 앞두고 있는 연극 '맨 끝줄 소년'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작가의 꿈을 품고 있던 문학 교사 '헤르만'이 작문 과제를 채점하던 중 항상 조용히 '맨 끝줄'에 앉는 소년 '클라우디오'의 과제물에서 희망을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진짜와 가짜, 현실과 가상으로 채워진 무대처럼 내용 역시 혼재된다.

배우 역시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고민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이들이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박윤희는 "제가 진짜를 연기하는지 가짜를 연기하는지 돌아보고 있다"면서 "진심, 진실이 결여된 허영에 찌든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계속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고 했다.

2015년 예술의전당이 제작해서 자유소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맨 끝줄 소년'은 배우뿐만 아니아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답이 아닌 물음을 던지는 스페인 작가 후안 마요르가(52)의 텍스트를 극단 코끼리만보의 김동현(1965~2016) 연출이 무대로 옮겼다.

2017년 김 연출의 아내이자 드라마터그 겸 연극평론가인 손원정(45)이 리메이크 연출해 재연했고, 이번에 24일부터 12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수작으로 평가 받는 '맨 끝줄 소년'은 관객들마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두터운 연극 미학'이 특기할 만하다.

박윤희는 초연과 재연에서 헤르만을 연기하며 이 공연이 호평을 받는데 기여했다. 이번에도 헤르만이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헤르만 명인'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발전을 원하는 그는 이번에 연기톤을 바꾸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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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19 SAC CUBE 연극 '맨 끝줄 소년' 배우 박윤희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9.10.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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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은 집요한 역인데 삶에 지친 모습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하지만 김 연출이 초연 때 요구했던 '양식적인 연기'로 결국 되돌아갔다. "김 연출님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그런 박윤희는 이번에 새로운 클라우디오를 맞이한다. 재연까지 클라우디오는 전박찬(37)만 연기했다. 이번 시즌에서는 안창현(30)이 새로운 클라우디오로 전박찬과 이 역을 나눠 맡는다.

홀로 두 명의 클라우디오를 상대하는 박윤희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배우가 다르니 당연히 호흡도 달라요. 손원정 연출님이 두 배우에게 주시는 디렉션도 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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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19 SAC CUBE 연극 '맨 끝줄 소년' 배우 안창현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9.10.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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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은 연극계에서 부상 중이다. 2013년 마요르가의 다른 작품 '천국으로 가는 길'에서 김 연출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어떤 때는 강렬하게, 어떤 때는 부드럽게 대해주셨어요. 저한테는 감사한 선생님이에요. '계속 너를 찾을 거다'라는 말에 용기를 받기도 했어요."

2017년 '맨 끝줄 소년'을 본 안창현은 "당시 클라우디오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캐스팅 제안을 받은 뒤) 이번에 무조건 한다고 했다"고 했다. "작품의 힘, 배우들의 말과 연기적인 것으로 작품을 끌고 나가는 것이 매력이었어요. 글이라는 소재, 거기서 파생되는 이야기들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처음 캐스팅됐을 때는 이미 클라우디오로 각인된 전박찬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 그런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클라우디오 역에 대해, 헤르만 선생님과 만나는 것에 대해서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대신 연습을 하면서 작품 속에도 녹아 있는 대사이기도 한 '예술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는 그는 “연기, 예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박윤희는 대기만성형의 배우다. 입대하기 전 연극배우를 꿈 꿨던 박윤희는 1989년 제대를 하고 이를 접었다. 배우가 아닌, 평범한 직장 생활을 이어가려고 했다. 2달간 제주에 머물며 마음을 다지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신문을 펴든 것이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꿨다. 극단 실험극장이 단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본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극단을 찾아갔는데 지원자 모집이 끝났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하지만 신고 있던 군화가 운명을 만들어줬다. 같은 해병대 출신임을 알게 된 사무국장이 바로 출근하라고 명한 것이다.

이후 극단 실험극장의 대표작 '에쿠우스'에 출연하게 됐다. 최민식이 주인공 '앨런'을 연기할 때, 말(馬)을 맡아 헌신했다. 이후 1994년 말 극단 학전의 오디션을 통해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황정민, 장현성, 설경구, 방은진과 함께 연기했다.

하지만 연기 인생을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한 때 생계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연기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대학로로 돌아왔다. 2007년 '제44회 동아연극상'에서 연극 '심판'의 'K' 역으로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아 조명됐다. "이후 계속 버티다 보니까 연극 제안이 꾸준히 들어오더라고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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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19 SAC CUBE 연극 '맨 끝줄 소년' 배우 박윤희, 안창현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0.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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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희의 연기 인생을 가만히 듣던 안창현은 연극을 어떻게 시작했냐고 하자 "선배님의 인생역정에 비하면 입을 떼기가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안창현도 바닥부터 차근차근 밟아오고 있는 배우다. 2008년 스태프로 연극계에 들어봤다. 2010년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극단 우투리의 '맥베스, 락(樂)으로 놀다'의 조연출을 맡았는데 대사 한줄만 해줄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 오퍼레이터를 맡다 무대 위에 올라가 대사 하나를 치고 다시 내려와 본인 일을 이어가기도 했다.

당시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 자리에서 연극을 본 극작가 김광림이 '너 배우하겠다'고 건네준 말이 아직도 선명하다고 했다. 이후에도 스태프, 배우 생활을 병행해가던 그는 2016년 국립극단 연극인 재교육 프로그램 '차세대 연극인 스튜디오'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실력을 꾸준히 키워나갔다. "당시 경험이 소중해요. 많은 분들을 만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해줬거든요."

박윤희에게 '맨 끝줄 소년'은 남다른 의미의 작품이다. 2015년 국립극단 시즌단원이 될 수 있는 조건을 포기하고(추후 시즌단원으로 활약) 당시 이 작품을 택했었다. 박윤희는 "소년은 나이 때문에 바뀔 수 있지만 저는 언제까지 헤르만 선생을 맡을 수 있어요. 하하. 그보다 좋은 작품이니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클라우디오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접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안창현에게 이제 '맨 끝줄 소년'이 새로운 의미가 됐다.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지만 저에게는 처음이잖아요. 관객 분들도 마치 처음 보는 공연처럼 느끼셨으면 해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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