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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유태오의 '버티고'…"그늘에 있었던 10년, 이젠 '달인' 보여주고파"(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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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버티고' 유태오

뉴스1

유태오(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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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칸 영화제 초청작 '레토'에서 주연을 맡아 주목받은 배우 유태오(38)가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16일 개봉한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에서 IT 업계 개발팀 차장 진수로 분한 유태오는 서영(천우희 분)에게 의지의 대상이 되지만, 깊은 상처를 남기며 떠나는 인물을 표현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다. 주연을 맡은 유태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태오가 맡은 진수는 서영에게 의지가 되는 다정한 연인이자 사내 최고 인기남이다. 진수는 업무 외적인 면에서도 이성의 주목을 끄는 매력적인 남자이지만, 결국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났고, 의도치 않게 서영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부산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좋았다. 영화 보고 (정)재광이와 울었다. 저하고 다른 타이밍에 울었지만. 저는 '힘내요' 장면에서 울었다. 시나리오 볼 때도 그 부분에서 울었는데 촬영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또 울게 되더라. 문장 자체는 단순한데 거기까지 버텨온 상황들을 잘 표현해낸 것 같다. 그 순간에 딱 위로가 된 느낌이라 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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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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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는 서영에게 위로와 의지의 대상이 되지만, 결국 서영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상처만 남긴다. 나쁜 남자 캐릭터라고 생각했냐고 묻자, 유태오는 "어떤 갈등 속에서 감정 처리를 투명하게 못 하는 것 같다. 진수가 힘들어하는 모습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서영이 주인공이니까. 자기 갈등을 못 넘기고 결국 상처받게 하지만 스스로 나쁜남자라고는 생각 안 했다. 갈등이 있었지만 나쁜 남자 자체로만 보였다면 내 숙제를 제대로 못 해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태오는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이용한다. '캐릭터에 대한 이력서를 만든다'는 유태오는 "캐릭터를 준비할 때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삶에서도 많이 하는 편이다. 우선 캐릭터가 왜 여기 앉아있고, 왜 여기서 이런 말을 하는지 이런 것을 다 생각한다. 캐릭터 분석을 하고, 특히 '왜'라는 질문을 다섯 번 던진다. 계속 질문을 이어서 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캐릭터의 개인 취향부터 트라우마까지 나오면서 하나의 이력서가 완성된다. 감사하게도 이걸 꼼꼼하게 분석한다고 말해주시는데, 저는 역할을 진솔하게 표현하려면 스스로 캐릭터에 대한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집요하게 파고든다. 호기심도 많고 집요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버티고'는 버티기 힘든 순간들을 찬찬히 그려낸다. 서영이 현기증을 앓듯, 유태오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버티기 힘든 순간이 있었다. 가장 힘든 건, 제가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마치고 8~10년 기간인데 많이 힘들었다. 뭔가 잘 안 풀려서 여러 가지를 다 생각한 것 같다. 나에 대한 파악도 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도를 많이 닦았다'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 숙성도 됐고, 칼도 갈았다. 특별히 어떤 계기로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제 마음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의 문제였다. 반성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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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연기를 만족하냐고 묻자, 유태오는 "다들 제 연기를 보고 '배가본드'도 개성 있게 잘하고, 멜로도 잘 해내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개인적으로 빈틈이 많이 보인다. 특히 한국말을 해냈다고 하는데 스스로 어디가 부족한지 안다. '월요일'이라는 단어가 정말 어색했다. 100번은 더 반복하고 그랬다. 그래도 아직 마음에 안 든다. 전 스스로 단점을 알고 있는 편이다. 10년 동안 계속 그늘에 있었는데 그 그늘 속에서 '어떤 점이 부족해서 편집됐을까. 내 전달력이 문제였을까' 이런 부분을 늘 생각했다. 디테일을 많이 고민해오다 보니까 성에 차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티고' 개봉에 앞서 유태오는 최근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라가즈와 SBS '배가본드'의 제롬 등을 소화하며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여러 가지 배역을 선보이며 자신의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는 유태오는 이러한 연기 도전 역시 "다 제 안에 있는 모습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사실 올해 '레토' 이후에 어마어마한 러브콜이 고맙게도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무조건 많이 하려고 했다. 많은 역할을 하려면 도전정신이 필요한데, 저는 제 감성적인 범위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 스타일이다. 소화한 캐릭터들도 다 내 범위 안에서 해낼 수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스스로 놀랍지는 않다. 못 보여준 게 많다는 생각만 든다. 기에 밀리지 않고 잘 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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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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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자신의 범위 밖을 나서는 장르나 역할에 도전할 계획은 없냐'고 묻자, 유태오는 조용히 고민을 거듭하다가 "철학적인 문제인 것 같다. 저는 발견형의 사람은 아니다. 그건 사춘기 때 다 끝난 것 같다. 전 이 일을 통해서 아는 범위 안에서 소통을 하려고 하고, 새로운 건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떤 캐릭터를 표현할 때 프로페셔널 해야 하니까. 저는 '잘 모르겠지만 해볼까' 이러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새로운 장르를 보여주기보다는 달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고, 프로페셔널한 부분을 더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자라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마치고 10년간 한국을 비롯한 미국 베트남 태국 중국 등을 오가며 연기 활동을 이어온 유태오. 지난한 시간을 겪고 '레토'로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올해 '버티고'를 비롯해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에 이어 영화 '담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머니게임', 드라마 '초콜릿' 등 다양한 차기작도 촬영 중이다. 빽빽한 일정을 소화해내지만, 이 역시 스스로 원하는 바였다고.

"버겁긴한데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이었다. '레토' 이후 1년 반, 2년은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이라 생각해서 최대한 많이 한다고 다짐했다.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제 몸을 단련시키는 과정이다. 캐릭터에 몰입했다가 바로 나와서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촬영에 몰입하고. 이런 부분들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 사실 그전까진 1년에 조연도 못 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과정이 힘들지만 좋다. 현재 이런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특권 아닐까."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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