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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뷰] '장사리' 곽경택 감독 "약자의 희생을 다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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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곽경택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20.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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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되도록 거짓말은 덜하고, 약자 편에 서는 게 우리 일을 하는 사람들의 보편적 정서가 아닐까. 만약에 정말로 이기고 싶고, 앞에 서고 싶으면 정치인이나 비즈니스맨이 돼야 한다. 감독은 내가 감동받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줘야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친구', '챔피언', '똥개', '암수살인' 등 수많은 작품을 연출·제작해 온 곽경택(53) 감독이 이번에는 약자들의 희생을 그린 전쟁영화로 돌아왔다. 그는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기획의도에 대해 "장사리에서 실제로 있었던 상륙작전 영혼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컸다. 학도병들은 군번없는 용사였다. 싸우는 줄은 알았지만, 단체로 가서 어려운 작전을 수행한 줄은 몰랐다. 그들에게 되게 미안했다. 그래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이너리티의(약자)의 희생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평균 17세, 훈련기간 2주의 학도병 772명 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북한군을 유인하기 위해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에 이뤄진 양동작전 '장사상륙작전'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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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곽경택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20.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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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작품을 시사회 때 이 작품을 '작고 단단한 영화'라고 했다. 실제로 이 작품에는 CG를 동원한 화려한 전투신도 한 개인의 영웅 신화를 다루지 않는다. 곽 감독은 "이 이야기는 키울 수가 없다. 한정된 장소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다. 괜히 CG나 화려한 미술을 넣고, (인천상륙작전을 보여주기 위해) 인천에 잠깐 갔다온다든지 멋있게 보여주기에는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희생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아이돌 출신의 민호와 이제 막 인지도를 쌓기 시작한 배우 김성철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모험 아닌 모험을 감행했다. 곽 감독은 김성철을 '하륜'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김성철은 하륜이처럼 생겼다. 약간 '삐뚤이'처럼 생겼다. 저는 삐뚤이 캐릭터가 필요했다. 얼굴에 바람기가 있더라. 그래서 '좋다!'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주고 물어봤다. '하륜'과 '성필' 두 캐릭터 중에 어떤 걸 잘할 것 같냐고. 그랬더니 하륜을 고르더라"고 말했다.

김성철은 그의 연기 생활 최초로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다. 곽 감독은 김성철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사투리 대사를 가이드 녹음해줬다. 그는 김성철의 사투리 연기를 80점으로 평가했다. "본인은 100점이라고 생각할 거다. '암수살인'의 주지훈도 제가 사투리 선생님을 해줬다. 주지훈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니, '사투리 연기를 다시는 하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 사투리 연기가 그렇게 어렵다. 말할 때의 호흡이 다르다. 그걸 짧은 시간에 체득해 내기가 굉장히 힘들다."

민호에 대해서는 "'성필'은 모범생 캐릭터다. 그래서 모범생 캐릭터가 필요했다. 민호는 이목구비가 참 반듯하고 좋은데 눈이 좀 큰게 부담스러웠다. 눈이 큰 사람은 눈 연기를 조금이라도 하면 오바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할 때는 눈을 쓰지 말라 하고 합류시켰다"면서 "민호는 내가 시키는 대로 너무 열심히 잘 한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너무 모범생 톤으로 연기를 해서 욕을 좀 먹고 있다.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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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곽경택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20.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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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감독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 "영화는 (관객이) 스타를 보고 싶어서 온다. 영화 비즈니스는 스타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물론 감독의 역량이 올라 감독 자체가 유명해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에는 스타가 나와야 한다. 아이돌 출신이면 어떻나. 아이돌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면서 민호를 추켜올렸다.

"민호는 굉장히 태도도 좋고, 리더십도 좋다. 몸도 사리지 않고, 입맛까지 비슷하다. 제가 혼술할 때 즐겨 먹던 족발을 민호가 먼저 사와서 같이 먹었을 정도다. 되게 예쁘다. 만약 이번에 민호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면, 정말로 민호를 데리고 다시 한번 승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진심이다"

그러면서 곽 감독은 민호의 열정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촬영 도중 민호가 얼굴에 파편이 튀는 부상을 입었는데, 병원에 가서 응급처치만 하고 재촬영을 위해 바로 돌아온 것. 곽 감독은 "해는 저가고 이 촬영은 오늘 안 마치면 다시 (기회가) 올 수 없었다. 그래서 그날 모든 촬영을 해냈어야 했다. 근데 1시간 걸려 화약을 심고, 카메라 세팅해 뒀는데 두 사람을 화면에 걸면 뒤에 바다가 안 보이더라. 그래서 화약과 진지를 다시 세팅하고 촬영을 했는데, 민호가 갑자기 '악' 하고 앞으로 고꾸라 지더라. 그래서 갔더니 민호가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며 얼굴을 부여잡고 있더라. 그래서 응급요원이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민호를 병원에 보내고 나머지 분량들을 찍고 있는데, 민호가 다시 돌아왔다. 자기 죽는 장면 찍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기왕 왔으니 찍자'라고 해서 찍었다. 그래서 극중 민호가 쓰러져 있을 때 클로즈업 화면을 보면, 민호 얼굴에 뭐가 박혀있고 얼굴도 부어있다. 그게 다 진짜다. 후에 병원에서 보니 조그만 파편들이 얼굴에 다 들어가 있더라. 얼마나 미안한가. 나중에는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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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곽경택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20.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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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는 할리우드 스타 메건 폭스도 출연한다. '섹스 심벌'에 백치미까지 있는 사람을 어떻게 기자로 만들어야지 할지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메건폭스에 대해 "현장에서 3회 차 즈음 했을 때, 서로 익숙해졌다. 내가 디렉션을 하는데 애를 쓰는 모습이 보이더라. 이 사람은 원래 미국 시골 출신에 꿈을 안고 LA에 가서 발탁이 돼 전 세계적으로 뜬 사람이다. 하비 웨인스타인한테도 휘둘리지도 않았다. 어떻게 보면 되게 순수함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잘 해냈다고 본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준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감사했다.

다수의 젊은 배우들과의 촬영은 곽 감독도 이번이 처음이다. "오디션과 캐스팅을 타협하지 않고 한 덕분에 다들 인성도 좋고, 각자 칼라가 뚜렷해 (좋았다) 특이하게 생겼지 않나. 그래서 개태(이재욱)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만득이(장지건)도 제 몫을 해줬다. 서로 잘 챙기고 매일 자기들끼리 뭉쳐 다녔다. 저는 굶주린 학도병을 연기해야 하니 '밥 묵지 마라, 밥 묵지 마라'라고 맨날 그랬다. 배우들의 에너지가 좋았다. 힘들 텐데 항상 웃고 있었다. 우애가 좋더라. 되게 귀여웠다"라고 했다.

메건 폭스와 함께 유일한 홍일점인 이호정에 대해서는 추가로 언급했다. "이호정이 맡은 '종려' 같은 경우에도 아이돌 추천을 몇 명 받았다. 근데 머리를 못 깎겠다고 하니 돌려보냈다. 소정이도 패션 쪽에서는 유명한 친구다. 저는 오디션을 세게 본다. 종려는 마지막에 밧줄에 매달려 있을 때의 표정이 제일 중요했다. 오디션 때 밧줄에 매달렸다고 생각하고 꿇어 앉아 내 손이 밧줄이다 생각하고 고함도 치며 연기해 보라고 주문했다. 그걸 절절하게 해내더라. 그래서 만장 일치로 이 친구로 하자고 결정했다"라고 그를 추어올렸다.

그러면서 "근데 미장원에 보내 놓았더니 조금 길게 자른 사진을 보냈더라. 그래서 더 자르라고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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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곽경택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20.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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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과 민호에 반해 분량이 적은 김명민에 대해서는 연신 미안함 마음을 표했다. 곽 감독은 "명민 씨한테 일단 너무 미안하다. 본인이 빛나지 않는 데도 동참해주고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저는 '이명준'이라는 인물이 꼭 필요했다. 학도병들이 누군가를 끝장 내는 승리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장사리에 대한 자료를 보니 이명준이 없으면 이야기가 시작이 안되더라"라고 그가 꼭 필요한 캐릭터였음을 강조했다.

그의 좌우명은 '손에 움켜쥘 수 있을 만큼만 하자'다. 그는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 영화를 제작한다. "아버지가 '네 손 안에서 떡 주무듯 할 수 있는 정도의 영화만 해라. 네 손 사이즈보다 큰 것을 하려면 감당하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제 일종의 좌우명이다."

역사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학도병들의, 약자인 영웅들의 이야기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25일 개봉한다. 곽경택 감독이 이 작품을 손에 움켜쥐고 잘 요리했을지 궁금증이 쏠린다. 104분, 12세 이상관람가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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