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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터뷰] `악인전` 이원태 감독 "법과 제도의 한계, 그 스트레스에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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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영화의 시작을 들려줬다. 제공|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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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대장 김창수’로 데뷔한 이원태 감독(51)의 신작 영화 ‘악인전’은 26일(현지시간) 폐막하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데 이어 할리우드 리메이크 확정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되었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연쇄살인마 K를 쫓으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영화.

영화 개봉 전 만난 이원태 감독은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된 것을 두고 “며칠은 좋았다. 좋은데 얼마 안 가더라. 부담이 크다. 국내 관객들의 반응이 신경 쓰인다. 영화는 많은 사람이 같이 만들지 않나. 그래서 잘 되고 싶다. 많은 사람이 영화에 참여했고, 누군가 인생의 한 페이지이지 않나”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대해 이 감독은 “‘할리우드를 가겠다’는 생각보다 콘텐츠가 중요한 것이 확장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악인전’ 기획하고 줄거리 잡을 때 되게 글로벌 하다고 생각했다. 국경이나 문화의 장벽이 없는 이야기이지 않나. 법과 제도의 한계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응어리와 분노, 인간이 모여서 집단을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었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감상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은 예감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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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포스터. 제공|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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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감독은 ‘대장 김창수’ 당시 ‘악인전’이 어느 정도 진행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획을 갖고 있었다. ‘대장 김창수’ 후반 작업할 때 계속 보니까 지겹지 않나. 그때 시나리오를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걸 발전시켜서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악인전’의 출발은 어땠을까. 이원태 감독은 제도 안에서도 구현되지 않는 정의에 대해 생각하면서였다며 “제도가 지닌 한계로 정의 구현이 안 될 때가 있다. 정의를 위해서 법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법 때문에 실패하는 현실이 많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장동수(마동석 분)가 자기 방식으로 악을 응징하지 않나.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고 이것도 정의인가 하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의, 선, 윤리 이런 문제를 다뤄보고 싶었고, 너무 추상적이라 관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장르 영화 안에 담고 싶은 이야기로 구성했다”며 “(‘악인전’은) 제일 나쁜 놈을 잡기 위해서 관객들은 나쁜 놈을 응원해야 한다. 나쁜 놈을 응원하다 보면 자기 부조화가 생기고 어떤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나쁜 놈, 더 나쁜 놈, 제일 나쁜 놈”이라는 세 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면서, 더욱 명쾌하고 선명해진 지금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는 이원태 감독. ‘워스트(worst)’, ‘더 워스트(the worst)’, ‘더 배드(the bad)’라는 세 글자에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의 아이디어 ‘더 갱스터(the gangster)’, ‘더 캅(the cop)’, ‘더 데블(the devil)’이 더해져 지금의 ‘악인전’이 탄생했다.

2005년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감독은 “2005년 성인 오락실 붐이 있었다. 2004년, 2005년, 2006년에 많은 사건이 있었다. 다른 작품들을 통해 1990년대 조폭들은 이미 많이 소비됐다. 어떤 스테레오 타입이 생겨서 매력을 못 느꼈다. 최근에는 조폭들이 많이 없어졌고, 2002년 한일월드컵은 우리나라에 하나의 변곡점이 됐다. 그 이후 개인의 문화도 많아졌다”며 “나 역시도 그때 기억이 많아 남아 있고, 시나리오를 쓸 때 여러 음악을 들으면서 썼는데, 당시 음악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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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이원태 감독이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공|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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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작업한 배우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마동석과는개인적으로도 친하다. 둘이 가끔 만나면 같이 작품하자고 이야기 했다. 이번에 기회가 됐다”며 “마블리라는 유사한 패턴으로 소비되지 않았나. 연기 잘하는 배우고, 연출의 욕심으로 다르 마동석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전의 마동석과 다른 냉정하고 질릴 정도로 집요한 느낌이다. 이전에 없던 마블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원태 감독은 김무열에게 처음 살인범 K역을 제안했다가 정태석 형사 역을 다시 제안했다. 이에 대해 그는 “선과 악을 왔다 갔다 하는 정태석의 느낌을 이질감 없이 잘 소화할 것 같았다”며 “김무열은 이번 작품을 위해 살을 찌웠다. 급하게 찌우다 보니 다치기도 했지만 잘 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살인범 K 역의 김성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 좋았다. 묘한 매력이 있더라. 마동석과 대립해야 하는 캐릭터인데 나이 체격 경력 차이가 있어서 고민이 됐다. 그런데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 고백했다. 이원태 감독은 결국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촬영을 끝낸 후 여행 중이던 김성규를 불러 ‘악인전’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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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감독은 많이 소비된 90년대 조폭들 대신 2005년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제공|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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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인 ‘악인전’ 멤버들은 서로 의견을 내며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감독은 귀를 열고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당연한 것”이라며 “제가 중심만 있으면, 귀를 열어놔야 플러스가 된다. 벽을 세우고 있으면 작품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원태 감독은 굳이 잔인함을 강조하기 위해 ‘악인전’에 혐오스러운 장면을 넣지 않기로 했다. 충분히 지금의 장면들로도 ‘악인전’의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살인범 K의 전사도 뺐다. 이원태 감독은 “K의 개인 스토리가 등장하면 집중도가 분산된다. 성경이나 독서, 어항 등 집착적이고 광적인 부분을 세팅하면서 만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도록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극 ‘대장 김창수’와 ‘악인전’의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 이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기획 중”이라면서도 “둘 중에 가까운 건 ‘악인전’에 가깝다. ‘대장 김창수’는 실존 인물의 부담이 커서 촬영도 우직하게 했다. ‘악인전’을 찍을 때는 하고 싶은대로 했다. 누아르를 좋아한다. 아마 차기작도 누아르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미소 지었다.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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