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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터뷰]즈베던, 일단 한번 와서 들어보시라···KBS교향악단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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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야프 판 즈베던 ⓒbert hulsel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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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평판이 좋으면 곧 명성이 따라온다. 두 가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건 오케스트라 연주의 질이다."

네덜란드 지휘자 야프 판 즈베던(59)이 KBS교향악단과 공연한다. 세계 정상급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핫한' 지휘자다.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2일 KBS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제739회 정기연주회를 이끈다.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판 즈베던은 클래식음악계에서 신데렐라로 통한다. 2016년 1월 뉴욕필 차기 음악감독으로 호명되며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 전까지 지휘자로서의 명성은 꼭대기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2019 시즌부터 뉴욕필 공식 임기를 시작한 즈베던은 하지만 자신이 왜 이 악단의 지휘봉을 들게 됐는지 하나둘씩 증명해나가고 있다.

열아홉살에 세계 최정상급 악단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로열 로열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악장)가 되면서 주목 받았다. 지휘 경력은 1980년대 후반 전설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권유로 시작했다. 네덜란드라디오필하모닉 교향악단과 댈러스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역임하면서 국제무대에 차츰 이름을 알렸다.

한국 악단과의 연주는 지난해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후 두 번째다. 작년 경기필과 연주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최예은)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의 호연으로 '역시 즈베던'이라는 평을 들었다. 이번 KBS교향악단과는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전주곡과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연주한다. 올해 이 악단의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협연자 없이 펼쳐진다.

즈베던은 e-메일 인터뷰에서 KBS교향악단 지휘를 받아들인 이유에 관해 "지휘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건 언제나 설레기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나라를 다니며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KBS 교향악단이 한국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 브루크너는 오케스트라에 대해 더 깊게 알기에 좋은 곡이다. 어떤 수준의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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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g kin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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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베던은 2012~2013 시즌부터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뉴욕필과 홍콩필은 그야말로 전통적인 강자와 새로 뜨는 별과"이라고 구분했다. "음악에 대한 접근법도 다르다. 특히 뉴욕필과 함께 하던 수많은 거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 그렇다. 홍콩필은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 두 단체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홍콩필도 무서운 속도로 정상을 향해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필이 아주 오래된 근사한 와인이라면 홍콩필은 갓 양조돼 신선한, 그래서 자기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중인 와인일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그 성장이 정말 눈부시다. 한국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는 아직 생소한데, 자세한 역사에 대해선 아직 모르지만 KBS 교향악단만의 솔 그리고 DNA가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빠른 시간 안에 악단의 소리를 끌어올리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특별한 비결을 써서 연주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다. 아주 집중적인 노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그 여정에 기꺼이 참여해서 잘 견뎌내면 쓴 노력 후의 달콤한 결과를 맛보게 되는 거다. 결과물만 바라보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음악을 선사하고자 하는 노력이 멋진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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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er n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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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들이 음악을 통해 안정을 찾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음악의 힘'을 새삼 절감한 즈베던은 1997년 부인과 '파파게노 재단'을 세웠다. 음악 치료사들과 자폐아 가정을 찾는 일을 한다.

"음악은 많은 사람들을 치유한다. 개개인의 영혼을 치유해주는 힘이 있다. 자폐증이 있는 특별한 아이들의 경우, 음악 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 자기만의 세계에 있는 아이들을 바깥세상과 연결해주는 아주 아름다운 도구라고나 할까? 음악 치료를 통해 그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 세상과의 접촉을 하게 한다."

서양 속담 중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즈베던의 '디테일'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 오케스트라의 구체적인 사항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그가 한 말이기도 하다. 연주의 디테일을 챙기는 것은 청중에게도 적용되는 말일까.

즈베던은 "따로 준비할 것은 건 없다"면서 "와서 들어보면 수많은 디테일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게 될 거다.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아무 준비 없이 와도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연주를 들려줘야 한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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