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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판 커지는 자동차 구독 시장-트렌드는 맞는데…비싼 월정액 부담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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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초년생 김 모 씨는 생애 첫 차를 두고 고민이 많다. 자가용 한 대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목돈이 없어 구입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할부나 대출도 염두에 뒀지만 결국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한 달에 100만원가량 내면 다양한 차량을 타볼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다. 차를 소유하지 않는 만큼 세금, 보험료 같은 부대비용 걱정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털어놨다.

완성차 업체가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면서 소비자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가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BMW 미니 등 수입차 업체도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구독 서비스란 마치 신문, 잡지나 케이블TV를 구독하듯 매달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여러 차를 바꿔 타보는 개념이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해 말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란 이름의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월 149만원을 내면 중형 세단 G70과 준대형 세단 G80, G80스포츠 등 3개 모델을 매월 최대 2회씩 바꿔 탈 수 있다.

올 들어서는 현대차도 구독 프로그램 ‘현대 셀렉션’을 내놨다. 쏘나타, 투싼, 벨로스터를 바꿔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팰리세이드와 그랜드스타렉스 리무진, 코나 일렉트릭 중 한 가지 차량을 매월 한 번씩 48시간 타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월 부담 비용은 72만원으로 제네시스 스펙트럼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질세라 기아차도 최근 자동차 구독 서비스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월 129만원을 지불하면 K9, 스팅어,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매월 1회씩 교체해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니로EV 역시 월 1회 72시간 대여할 수 있다.

매경이코노미

기아차는 매월 129만원을 내면 K9, 스팅어, 카니발 하이리무진 등을 탈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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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계약, 결제, 예약, 배송, 반납 등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어 간편하다. 3일 전까지 앱을 통해 원하는 차량을 선택, 예약하면 본인이 원하는 시간, 장소에 차량을 탁송받는다. 만 26세 이상이면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지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일단 서울 지역에 서비스를 도입하고 차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차종을 늘리고 가격대도 차별화하는 등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차 업체도 차량 구독 서비스를 잇따라 도입하는 분위기다.

BMW 미니는 커넥티드카 플랫폼 기업인 ‘에피카’와 손잡고 지난해 11월 ‘올 더 타임 미니’라는 이름의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멤버십 종류에 따라 2주 또는 한 달 단위로 요금을 내고 미니 3도어, 미니 컨버터블, 고성능 모델 JCW 등을 타볼 수 있다. 멤버십 종류를 보면 1년 중 최대 6개월 동안 원하는 달에 원하는 미니 차량을 골라 탈 수 있는 ‘레귤러’, 3개월 동안 2주 간격으로 미니 모든 차량을 체험해볼 수 있는 ‘트라이얼’, 1년 내내 원하는 차량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에픽’ 등이 있다. 월 구독료는 차종별로 월 89만9000~99만9000원이다. 단 가입비 179만원은 따로 내야 한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차량 공유업체가 선보인 구독 서비스도 꽤 많다. 쏘카는 최근 구독 서비스 ‘쏘카 페어링’을 내놨다. 투싼, 그랜저 등 국산차는 물론이고 벤츠 GLA, BMW 3시리즈, 지프 레니게이드, 미니 5도어 등 수입차까지 총 14종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월 대여료는 47만9000~119만원으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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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볼보, 포르쉐, 캐딜락 등 완성차 업체들이 일찌감치 구독 서비스를 선보여 인기몰이 중이다.

볼보가 내놓은 ‘케어 바이 볼보(Care by Volvo)’ 서비스는 미국에서 소형 SUV 모델 XC40 등 4종 차량을 월 750~850달러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별도 계약금이나 등록비가 필요 없어 인기다. 볼보는 ‘이 차를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까지 할 정도로 구독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2025년까지 생산하는 차량의 절반을 구독 서비스로 선보인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완성차 업체가 구독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는 것은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 최대 수요층으로 꼽히는 30대의 자동차 구매량은 최근 몇 년 새 감소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30대의 신차 구매 비중은 15.4%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30대의 신차 구매 비중이 23.7%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아 ‘자동차 시장의 큰손’이었지만 경기 침체, 취업난 영향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 대신 빌리거나 구독하는 방식으로 이용 패턴이 바뀌는 중이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구독 프로그램 회원 분포를 보면 30대 비중이 가장 높다. 현대 셀렉션 이용자 중 40%,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49.7%가 30대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를 희망하고 있다”며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얼핏 보면 장기렌트, 리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크다.

장기렌트, 리스는 한 가지 차량을 수개월에서 몇 년씩 타야 하지만 구독은 월 단위로 여러 차량을 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구독 비용이 장기렌트, 리스보다 비싼 편이지만 위약금이 없고 서비스 이용, 취소가 편리하다. 특히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동차를 일일이 관리할 필요가 없다. 철저한 관리, 점검 과정을 거친 차량인 만큼 정비, 소모품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보험료, 자동차세 등 부가비용 걱정도 없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구독 서비스 효과가 쏠쏠하다는 평가다.

당장 큰 수익이 되지는 않지만 잠재 고객에게 차량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기아차의 경우 구독 서비스 이용 후 60일 이내 K9, 스팅어 신차를 출고하는 고객에게 30만원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BMW 미니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 후 신차를 구매하면 최대 100만원 할인,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 트랙 이용권, 웨딩카 서비스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자동차 구독 시장 전망도 밝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15년 4200억달러에서 2020년 5300억달러로 성장할 것을 예상했다. 2022년까지 전 세계 차량 구독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71%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도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구독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대차가 선보인 현대 셀렉션은 6개월 누적 이용자 수가 120여명에 그친다. 소비자 사이에서 월 구독료가 높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얼마나 사업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캐딜락의 경우 2017년 미국 뉴욕 도심과 LA, 댈러스 일대에서 월 1800달러(약 200만원)에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끝냈다.

“국내 차량 구독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월 구독료 책정이 중요하다. 업체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을 짧게 운영하는 부담에 구독료를 높여야 하는데 같은 이유로 소비자로서는 구독 서비스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주인의식이 없는 만큼 차량 관리가 소홀해 관리, 정비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채희근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분석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6호 (2019.07.10~2019.07.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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