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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깜깜해도… 앞차 천천히 가자 깜빡이 켜고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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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7시 34분.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합류하는 지점에서 자동차는 스스로 좌측 깜빡이(방향지시등)를 켰다. 운전석에 앉은 권형근 현대차 자율주행개발실장은 조수석에 앉은 기자 쪽으로 몸을 완전히 틀었고, 두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자율주행에 대해 설명했다. 페달에서 발도 뗐다. 그사이 자동차는 자동으로 3차로로 진입하려다 뒤쪽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다른 차량을 발견하고는 깜빡이를 끄고 잠시 멈춰 기다렸다. 이후 후방 접근 차량을 살핀 자동차는 다시 좌측 깜빡이를 넣고 3차로로 이동 후 시속 100㎞로 달렸다.

 



조선비즈

지난 11일 밤 권형근 현대차 자율주행개발실장이 제네시스 G80 차량으로 고속도로 야간 자율주행을 하며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력이 다른 글로벌 업체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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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 한 시간가량 현대자동차의 고속도로 야간 자율주행차량을 탑승했다. 현대차가 고속도로 야간 자율주행 현장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남의광장 휴게소에서 덕평휴게소까지 고속도로 왕복 100㎞를 센서와 레이더, 라이다(레이저를 이용한 레이더)를 단 제네시스 G80에 몸을 맡겼다. 처음엔 바짝 긴장됐다. 최근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야간 주행 중 인명사고를 낸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운행 전엔 "현대차였다면 우버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 현대차 관계자의 말에 코웃음을 쳤지만, 자율주행차의 주행은 위험 없이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입력된 지도 정보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주행하는 자율주행차

이날 자율주행에 사용된 제네시스 G80 차량 전면과 후면엔 3개씩 총 6개의 라이다가 달렸다. 사이드미러 아래에도 2개의 센서가 탑재됐고, 전면 유리창엔 2개의 카메라가 추가로 설치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러 대의 카메라와 라이다를 잔뜩 실은 타 업체의 자율주행차와 달리 현대차의 자율주행차는 이전부터 내장돼 작동하고 있는 후측방 감지 센서 등을 100% 활용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양산 차 디자인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수석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고속도로 양방향을 오가는 다른 차량의 움직임과 각종 장애물, 표지판 등의 정보가 지도 형태로 표시됐다. 조훈경 현대차 지능형안전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실제 주행 중 센서와 카메라 등으로 획득한 주변 정보를 이 지도의 정보와 끊임없이 맞춰보며 자율주행차가 주행한다"며 "그만큼 공간 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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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근 실장이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어진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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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주행은 조도(照度)가 낮아 카메라 등이 물체를 인식하기가 낮보다 어렵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둡고 사물 식별이 잘되지 않고, 운전자의 인지능력이 떨어졌을 때 자동차가 더 안전한 주행을 하며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 목적"이라고 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사고 위험 막는 자율주행

7시 24분, 2차로로 달리던 자율주행차는 앞서 달리는 차가 시속 80㎞를 유지하자, 왼쪽 깜빡이를 스스로 켰다. 추월하기 위해서다. 경부고속도로 제한속도는 시속 110㎞다. 1차로에 들어가 시속 105㎞로 속도를 올렸지만 2차로 차량과의 거리가 확보되지 않자 속도를 110㎞ 로 올렸고, 이후 2차로로 천천히 이동했다. 7시 28분 톨게이트를 통과한 후 차선이 합쳐지자 잠시 주춤거리다 속도를 내며 3차로에 안착했다. 권 실장은 "고속도로 자율주행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톨게이트와 분기점 등 차선 변경이 있고 도로가 구부러지는 구간"이라고 했다.

7시 40분 자율주행차가 마성터널에 진입했다. GPS 수신이 어려운 터널 구간에서도 다른 센서가 서로 보조하며 자율주행을 유지한다고 했다. 터널 안에서 왼쪽 차선으로 '카니발'이 차선을 밟으며 치고 오자, 자율차는 차선 내 오른쪽으로 몸을 조금 움직여 적정 간격을 유지했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자율주행차는 차분하게 대응했다. 차는 8시 20분쯤 3차로로 깜빡이를 넣고 차선을 바꾸려 했다. 이때 갑자기 4차로로 달리던 트럭이 3차로로 넘어오자, 자율주행차는 다시 방향을 틀어 2차로로 복귀했다. 권형근 실장은 "자율주행차는 규정속도, 주행도로, 신호 등 입력된 교통법규를 100% 지키고 사고가 날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며 "모든 차가 자율주행이 되면 오히려 교통법규 준수가 더 잘돼 사고 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대 초반엔 고속도로 자율주행 상용화 예상

이날 고속도로에서 보여준 현대차의 자율주행기술은 레벨 4 수준(목적지를 입력하면 차가 알아서 이동하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다양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야간 자율주행기술은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지만, 더 나은 자율주행 기술을 위해 현대차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율주행 기술 전문 스타트업 '오로라'와 기술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2021년 스마트시티 내 레벨 4 수준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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