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굴젓 연구회', '거북목 연합회' 등 깃발도 곳곳서 펄럭
집회의 연성화…"엄중한 분위기였다면 10대 안 왔을 것"
국회 앞에서 "탄핵" 외치는 참가자들 |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홍준석 김준태 최윤선 기자 =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이뤄지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는 흡사 축제 현장처럼 흥겨웠다.
과거 집회가 격렬한 몸싸움도 서슴지 않는 긴장된 분위기였다면, 이번 집회는 K팝 문화를 주축으로 연성화하며 문턱이 낮아졌다.
이날 집회는 신(新)민중가요로 떠오른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로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희망을 말하는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며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힘차게 흔들었다.
촛불 대신 K팝에 맞춰 흔드는 아이돌 응원봉이 집회 아이템으로 등극하면서 집회 현장은 다채로운 빛으로 물들었다.
god, 에픽하이, 소녀시대, 아이유, 엑소, 빅뱅, 방탄소년단, NCT, 뉴진스, 라이즈 등 1∼4세대 아이돌 팬이 나란히 박자를 맞추며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인천에서 온 김은영(52)씨는 "지난주 현장을 찾았을 때 젊은 여성분들이 응원봉을 들고 탄핵을 외치는 모습이 좋아 보여 딸과 함께 트와이스 응원봉을 장만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딸 정려나(26)씨는 "이번 주에 부결된다면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지치지 않고 계속 현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탄핵 촉구 집회에 펄럭이는 이색 단체 깃발 |
'광란의 칼춤 댄스 동호회', '어리굴젓 숙성 연구회', '게국지 홍보 추진단', '거북목 직장인 연합회', '전국낭만해적단' 등 재치와 유머가 깃든 깃발도 곳곳에서 펄럭였다.
고등학생 김유정(17)씨는 "즐거운 분위기라고 해서 진정성이 없는 것은 아니고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 것"이라며 "엄중하고 폭력적인 분위기였다면 저희(10대)는 참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항섭 국민대 교수는 "다원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며 "한쪽에선 군인이 진입한다면 한쪽은 응원봉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춤이 아니라 하나의 외침"이라고 말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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