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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최고령’ 임창용, 얼리버드가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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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신시내티, 김태우 기자] 임창용(37, 시카고 컵스)이 ‘얼리버드’가 됐다.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와 가장 먼저 몸을 푼다. 임창용 특유의 자기관리와 성실함은 물론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 경기 시작 4시간 전이었다. 아직 관중들의 입장이 시작되기 한참 전이라 그라운드는 말 그대로 고요했다. 그런데 이 고요함과 함께 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임창용이었다.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스트레칭이 끝나자 리글리필드를 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찍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는 임창용이 처음이었고 또 유일했다.

임창용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와 있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1~2명 남짓이었고 나머지는 훈련을 돕기 위한 보조요원들이었다.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는 리글리필드였지만 임창용은 조용히, 또 묵묵히 경기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어진 투수조 캐치볼 및 롱토스에서도 임창용은 눈에 띄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임창용은 가장 빨리 거리를 넓혔다. 다른 선수들이 던지지 않는 거리까지 나가는 모습이었다.

10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도 임창용은 가장 빨리 경기장에 나왔다. 역시 경기 시작 4시간 전이었다. 먼저 훈련하는 신시내티 선수들의 타격 연습을 위한 시설이 설치되기도 전이었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를 거닐며 천천히 몸을 풀었다. 역시 임창용과 함께 한 동료는 몇 되지 않았다. 신진급 투수 2~3명이 전부였다. 그 사이에서 '최고령급' 선수인 임창용은 가장 열심히 뛰고 있었다.

이유에 대해 묻자 임창용은 한국 및 일본과 미국 야구의 차이점을 언급했다. 한국과 일본은 등판 전 몸을 풀 시간을 충분히 준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게 임창용의 설명이다. 임창용은 “미국에서는 몸을 푸는 시간이 짧다”면서 “아무래도 연습 때 잘 풀어놔야 한다. 경기 상황에서 워밍업 시간이 짧기 때문에 그래야 빨리 몸을 풀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미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임창용만의 방식이다.

단지 빨리 몸을 풀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임창용 특유의 성실함이 투영된 모습이라는 말도 있다. 임창용은 우리나이로 38세다. 그러나 아직 후배들에게 처지지 않는 몸 상태를 자랑하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덕이다. 두 차례 팔꿈치 수술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메이저리거로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그런 자기관리는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더 철저해졌다.

아직 팀 내 입지가 확고하지는 않은 임창용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최고의 투수였지만 미국에서는 검증된 것이 없는 ‘루키’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그럴까. “컨디션이 아직 100%는 아니다. 80~90% 정도”라고 밝힌 임창용이 부지런하게 최고 컨디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에게는 그만큼 벌레를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는 법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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