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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댐 파괴로 '물의 장벽'…우크라 남부 대반격 산통 깨지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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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러 본토 잇는 육상통로 겨냥할 진격경로 제한

서방 "러시아가 이익"…선택지 축소만으로도 러 유리

우크라 "반격 경로에 방해 안받아" 파장 애써 축소하는듯

연합뉴스

댐 파괴로 범람한 강물
(노바 카호우카 타스=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원인불명의 폭발로 파괴된 직후 노바 카호우카 일대가 범람한 강물에 뒤덮인 모습. 2023.6.6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의 젖줄인 드니프로강 하류의 대형 댐이 파괴된 사태는 우크라이나군이 준비해 온 이른바 '대반격 작전'에 어떤 식으로든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헤르손주에서는 현지시간으로 6일(현지시간) 새벽 길이 3.2㎞의 카호우카 댐이 원인불명의 폭발로 파괴되면서 주변 지역에 광범위한 홍수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 곳곳에서 산발적인 공세를 펼치며 침략군을 국경 바깥으로 밀어내기 위한 일격을 준비 중인 현 상황에서 이번 홍수는 우크라이나군의 잠재적 진격 경로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통로 서쪽에 '물의 장벽'이 세워진 모양새여서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대반격의 주된 타깃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간의 육상통로를 끊는 것이 핵심 전략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해 왔다.

뮌헨안보회의 회원인 전직 독일 국방부 당국자 니코 랑게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인터뷰에서 드니프로 강의 범람으로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전선을 돌파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러시아군은 이 방면에 배치했던 병력을 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예상되는 다른 전선을 보강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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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카호우카 댐의 위성사진
(노바 카호우카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원인불명의 폭발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을 찍은 미 상업위성업체 맥사(MAXAR)의 위성사진. 2023.6.6


다만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번 댐 파괴가 대반격 경로를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여파를 애써 축소하려는 듯한 입장이라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단체인 전략통신센터(StratCom)는 6일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략에서 해방된 영토를 재건할 준비가 됐다"면서 "'물의 장벽'을 건너는 데 필요한 모든 수상 수단과 부교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군 지휘부 회의 뒤 텔레그램을 통해 "주요 결론은 이번 폭발이 고의적이라는 것"이라며 "댐이 터졌지만, 우리가 영토를 수복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기 이전에도 우크라이나군의 수륙양용 전력 부족과 도하작전 자체의 난이도, 위험성을 고려할 때 이쪽에서 주된 공세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선택지를 줄였다는 것만으로도 러시아군 입장에선 전략적 이익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측면을 고려해 보면 이건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 측이 저지른 공격 행위라고 자연히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강둑을 따라 건설한 참호와 요새, 지뢰밭이 홍수에 쓸려 내려간 것은 우크라이나에 긍정적인 소식일 수 있지만, 불어난 물 때문에 도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선 큰 의미가 없는 이야기로 보인다.

카호우카 댐은 우크라이나군이 작년 10월 드니프로강 서안에 위치한 헤르손주의 주도 헤르손을 탈환하고 러시아군이 드니프로강 동안으로 퇴각했을 때도 한차례 수문과 일부 구획이 파괴된 바 있다.

당시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상대방이 댐을 폭파했다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번 폭발의 배후도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댐과 맞닿은 인근 소도시인 노바 카호우카의 러시아 측 행정수반은 이날 오전 2시께 포격으로 댐이 터졌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댐을 폭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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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에 고립된 현지 주민
(노바 카호우카 타스=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원인불명의 폭발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이 파괴돼 홍수가 발생한 인근 노바 카호우카 지역에서 한 주민이 차량 위에 고립된 모습. 2023.6.6


이에 대한 서방 정보기관들의 판단은 러시아군이 스스로 댐을 파괴한 뒤 우크라이나에 떠넘기려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배후를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러시아인들은 수개월 전 불법적으로 그 댐과 저수지를 차지했고 (사건 발생 시점에도) 점령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고위 당국자도 "러시아 행위자들에게는 필시 그렇게 할 동기가 있다"면서 "그 댐이 없어졌을 때 이익을 보게 되는 건 러시아인들"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종단하는 드니프로강에선 과거에도 수비 측이 댐을 터뜨려 상대방의 진격을 저지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1941년에는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은 소련이 드니프로강 중류에 위치한 드니프로 댐을 터뜨리는 고육지책을 썼고, 1943년에는 반대로 나치 독일이 퇴각하면서 이 댐을 다시 파괴했다.

이번에 파괴된 카호우카 댐은 전후인 1956년 건립됐으며, 파괴되기 전까지 약 300만명의 우크라이나인에게 전력을 공급하고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림반도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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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우크라이나 카호우카댐 폭파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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