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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헌재 ‘검수완박’ 판단…절차는 위헌, 법안은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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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3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두 가지 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효력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입법 과정에서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법률 가결 선포 행위가 무효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무부와 검찰이 제기한 권한쟁의 청구는 각하했다.

검수완박법 입법 절차가 최종적으로 정당했다고 본 재판관 5명(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은 이른바 ‘회기 쪼개기’ 논란에 대해 “헌법과 국회법엔 회기의 하한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짧은 회기라 하여 위헌·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다”며 “무제한 토론 권한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27일 국민의힘 측이 검수완박법 입법 저지를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들어가자,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은 본회의 시작과 함께 회기 종료일을 당일 자정으로 끝내는 내용의 회기 결정의 건을 투표에 부쳐 통과시켰다. 통상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안건을 즉시 표결에 부치는 점을 노린 조치였다. 국회는 지난해 4월 30일 검찰청법, 5월 3일 형사소송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9월 10일부터 시행됐다.



성향따라 5대4 갈린 헌재…“재판관 바뀌면 판단 바뀌나”



헌재는 다만 민형배 당시 더불어민주당(현 무소속) 의원의 위장 탈당을 통한 법안의 법사위 통과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권한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청구를 인용한 재판관들(이선애·이은애·이영진·이종석·이미선)은 “법사위원장이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었다”며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회법뿐 아니라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헌법 제49조)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이날 사실상 ‘캐스팅보터’ 역할을 한 이미선 재판관은 정작 검수완박법 무효 확인에 대해서는 “(권한 침해) 정도가 심의·표결권이 전면 차단돼 국회 기능을 형해화(유명무실하게)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 결과 재판관 5 대 4로 검수완박법은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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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법무부와 검사 6명이 낸 ‘검사의 수사권 축소 등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들(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은 “수사권·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들의 청구에 대해선 “이 사건 법률 개정 행위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 및 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으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의 수사 범위를 2대 범죄(부패·경제 등)로 제한하는 등 검수완박법이 검사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선애·이은애·이영진·이종석 재판관은 “이 사건 법률 개정 행위의 내용은 검사의 수사권·소추권 행사 범위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범죄 영역에 관해 수사를 개시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검사들 사이에 직무 영역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수사권과 소추권의 일반적인 행사 기준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한다”고 해석했다.

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몫으로 임명된 재판관들은 국민의힘과 법무부·검찰 청구를 기각했고, 국민의힘(전신 포함) 몫 재판관들은 청구를 인용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판관 한두 명이 바뀐 뒤에 비슷한 사건이 다시 오면 판단도 바뀌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황당한 궤변”이라며 반발했고, 민주당은 “헌재가 검찰 개혁이라는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을 내렸다”며 환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음주하고 운전을 했는데 음주운전이 아니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헌재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 정신에 기인해 국회 입법권과 검찰 개혁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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