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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주인은 식사 돕고, 경찰은 에워싸고…훈훈했던 대구 국밥집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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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찰관들이 점심을 먹던 도중 눈여겨보던 90대 치매 노인을 무사히 가족에게 인계한 미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7일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국밥집. 이용훈 서부경찰서 서도지구대 경사 등 경찰관 6명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어 거동이 느린 할머니가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주인이 “메뉴를 주문해달라”고 이야기했지만, 할머니는 허공을 응시하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잠깐 고민하던 식당 주인은 국밥 한 그릇을 갖다줬다.


이어 식사를 마친 이 경사 등은 할머니를 유심히 지켜본 뒤 현장을 떠났다. 그리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이 경사 등 3명은 다시 식당으로 들어와 할머니를 둘러쌌다. 실종 신고가 들어온 90대 A씨였다.

이용훈 서부경찰서 서도지구대 경사는 23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식사 도중 할머니를 발견했을 땐 주인 말을 못 알아 듣길래 ‘노령이라서 귀가 어두우신가’ 했다”며 “다 먹고 나갈 때 할머니를 살펴봤는데 음식이 나왔는데도 계속 허공만 바라보고 계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사는 “나이가 많으셔서 식사가 늦으신가 보다고 생각하고 일단 나왔는데 순찰차에 타자마자 실종신고가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이 경사에 따르면 “300m 인근에서 치매 어르신 실종. 점박이 목도리 착용” 등의 내용이 담긴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곧바로 다시 가게로 돌아간 이 경사 등 3명은 점박이 목도리 등 인상착의를 보고 실종 신고된 A씨임을 확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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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사는 “할머니 성함이 OOO 맞으시죠?”라고 물었고, 할머니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경찰관들은 “따님이 곧 올 테니 식사하시면서 기다려 달라”고 말 한 뒤 식사에 방해가 되지 않게 가게 문밖에서 기다렸고, A씨를 가족에게 무사히 인계했다.

이 과정에서 식당 주인 김모(63)씨도 A씨 식사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김씨는 A씨가 밥을 먹지 않고 멍하니 있자 식사를 도우며 곁을 지켰다. 김씨는 “당시 말은 없으셨는데 배가 고프신 것 같아 식사를 내드렸다”며 “멍하니 계시길래 마스크를 내려드리고 식사를 도왔다. 무사히 집에 가셔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 경사는 “할머니가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 다행이다”며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민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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