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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중·러, 반미연대 강화…“현찰 급한 푸틴, 시진핑이 보스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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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석 3연임 확정 후 열흘만인 20~22일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 후 미국에 맞선 연대를 강화했다. 9500여자 분량의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통해서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 압박에 전략적 우군이 필요한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해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은 이를 두고 “정략결혼”(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이라고, 외신(영국 가디언)은 시 주석이 당장 ‘현찰’이 급한 푸틴 대통령보다 “더 보스(boss)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가장 큰 홀인 성 게오르기 홀에서 공식 환영식을 열었다. 서방 지도자와의 만남에서 ‘지각 대장’으로 악명 높은 푸틴 대통령은 먼저 나와 시 주석을 기다렸다.

국빈 만찬은 15세기부터 차르(황제) 연회장으로 이용된 그라노비타야궁에서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건배사를 하며 중국어로 건배에 해당하는 “간베이(乾杯)”를 외쳤다. 이때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보다 잔을 더 높이 들었다. 앞서 지난 2019년 6월 두 정상이 타지키스탄 방문 중 만났을 때는 푸틴 대통령의 잔이 더 높았다. 가디언은 연설 전문가인 카렌 레옹을 인용해 “두 정상이 악수하는 순간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보다 1초 먼저 손을 뻗었다”고도 전했다.

3시간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총 6시간에 걸친 이날 일정을 마무리한 후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자동차까지 바래다주는 파격 배웅을 선보였다. 시 주석이 자동차에 올라타 문을 닫을 때까지 서너번 손을 흔들어 인사했고, 자동차가 떠나자 인도에 서서 차량을 향해 또 손을 흔들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현찰’을 안겨줬다. 공동 성명에서 “양국은 각자의 이익, 무엇보다도 주권과 영토 보전, 안보를 지키기 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옹호했다. 또 “유엔 안보리의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모든 형태의 독자 제재에 반대한다”며 서방의 독자 제재를 비판했다. 러시아 방문 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푸틴 대통령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러시아의 자금줄인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양국 경제협력의 새 청사진도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중국에 석유 공급을 늘릴 준비가 돼 있고, 건설 계획 중인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을 통해 2030년까지 최소 980억㎥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까지 적으로 돌리기를 원치 않는 중국은 대러시아 무기 지원에 대해 최소한 공식적으론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두 정상은 성명에 이례적으로 북한 문제를 담았다. “미국은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 구도가 더 선명해졌다.

◆북, 동해로 순항미사일 여러발 발사=북한은 23일 오전에도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쪽으로 발사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박소영·임선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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