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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당헌 80조 개정' 첫 수혜자 된 이재명…비명계 "셀프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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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2일 위례·대장동 특혜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기소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이 대표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때 당직을 정지한다는 당헌 80조를 무력화한 것이어서, 당내에서도 “셀프 구제”, “당헌 80조 사문화(死文化)”라는 비판이 나왔다.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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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당무위)를 열고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를 의결했다. 당무위가 이 대표에게 적용한 건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80조 3항)이었다. 해당 조항은 지난해 8월 이 대표 취임 이틀 전 당 중앙위원회에서 개정됐는데, 이를 이 대표에게 곧바로 적용한 것이다. 라임 펀드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도 같은 조치를 받았다.

김의겸 대변인은 당무위 직후 브리핑에서 “3인에 관해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참석자 80명 중 69명 찬성했고, 11명이 반대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11시쯤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즉시 최고위를 열어 당무위 소집을 의결했다. 당무위 사회권은 당대표에게 있지만, 이날 회의는 이 대표가 대신 박 원내대표가 주재했다. 검찰 기소부터 당직 유지 의결까지 단 7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절차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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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장동 사건은 이미 8년 전에 불거진 검찰 게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답정기소(답이 정해진 기소)’라는 표현을 쓰며 “검찰이 압수 수색 쇼, 체포 영장 쇼를 벌이면서 시간을 끌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다 정해진 답대로 기소한 것”이라며 “사건 조작이 점입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헌 80조는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 당 혁신 차원에서 만든 조항이다. 민주당은 실제 2020년 9월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사적 유용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윤미향 의원(무소속)의 당직을 이 조항으로 박탈했다. 당시 윤 의원의 당직 정지 조치는 이틀 만에 이뤄졌고, 윤 의원은 이듬해 6월 의원총회에서 제명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8·28 전당대회 기간 ‘당헌 80조 개정’이 추진되자 당내에선 “이 대표 취임을 앞두고 벌써 방탄을 준비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논란 끝에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를 결정하는 주체를 외부 인사가 주축인 윤리심판원에서 당 지도부가 대거 포함된 당무위로 바꿨다. 이 개정조항은 7개월 만에 이 대표에게 처음 적용됐다.

당내 비이재명(비명)계는 “당헌 80조와 함께 민주당 윤리규정이 완전히 사문화됐다”고 비판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청렴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든 혁신 방안이 완전히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은 “숙의 과정조차 없는 졸속 처리”라며 “지도부가 완전 동종교배 집단이라는 게 증명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일부는 2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직무 정치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여당은 방탄 프레임을 꺼내 들어 맹공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기소되면) 더는 민주당의 대표를 수행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당무위의 ‘당직 정지 예외’ 적용이라는 웃지 못할 사기극의 첫 수혜자가 이 대표 본인이 됐다”며 “대한민국 정당 민주주의가 또다시 이재명 방탄 앞에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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