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대 상징' 김주애, 아버지 볼 쓰다듬으며 존재감 과시
김일성 항일투쟁 동료와 2세들 보여주며 인민군 전통성 부각
열병식 주석단 위로 날아가는 북한 항공기들 |
은 북한이 세습을 정당화하고자 만든 용어인 '백두혈통'을 부각하는데 포커스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을 수호해온 군의 업적을 찬양하는 동시에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노출해 군이 지켜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각인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는 9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55분에 걸쳐 전날 밤 열린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올해도 작년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 열병식 때와 마찬가지로 야간에 각종 볼거리를 함께 펼쳐 극적인 효과를 노렸다.
김정은 위원장 뒤의 딸 김주애 집중 조명 |
◇열병종대 규모 축소됐지만 '화려한 볼거리'로 선전선동
중앙TV는 "이번 열병식에는 명예기병종대를 선두로 항일의 7연대상징종대와 75년 전 2월 8일 그날의 군복 차림을 한 첫 세대 조선인민군상징종대를 포함한 우리 무장력의 기본전투부대에서 온 46개의 도보종대와 14개의 기계화종대 총 60개의 열병종대가 참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작년 4월 열병식에 72개 종대, 2만여 명이 참여해 역대급 규모를 자랑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축소된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불꽃놀이와 축포, 할리우드식 연출을 가미한 식전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항공육전병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 '탑건'을 모티브로 삼은 듯했다.
영화같이 등장하는 북한 인민군 항공육전대원들 |
이들은 해가 완전히 넘어가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달린 옷을 입고 4천500m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해 김일성광장에 착륙, 아찔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딸 주애는 내부 연회실에서 간부들과 TV로 활공쇼를 지켜봤다.
이어 김일성광장 전광판에는 근육질의 특수부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얼음물 속에서 통나무를 들어 올리고 눈밭을 굴렀으며 맨몸으로 쇠사슬을 끊는 등 강인한 육체를 과시했다.
북한, 열병식 앞서 특수부대 훈련 장면 공개 |
오프닝의 하이라이트는 가수 김옥주가 장식했다. 그가 북한 애국가를 부르자 김 위원장 일가도 따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옥주는 2018년 4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당시 삼지연관현악단 소속으로 나서 가수 이선희와 'J에게'를 함께 불렀으며 2021년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예술인이다.
애국가 부르는 '평창올림픽 스타' 김옥주 |
◇ 스포트라이트는 김주애와 군 원로들…김정은 연설은 생략
김 위원장은 딸이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곁에 꼭 끼고 있었고, 김주애는 스스럼없이 최고지도자인 아버지의 볼을 쓰다듬는 등 '백두혈통'의 지위를 과시했다.
행진하는 군인들은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 "조국통일!" 등을 외쳤는데, 군이 백두혈통 4세대인 김주애를 비롯한 김정은 자녀들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과 북한 권력 2인자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모습은 주석단이나 귀빈석 어디에도 포착되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이날 오전 발행된 조선중앙통신 사진에도 두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김정은 얼굴 어루만지는 딸 김주애 |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이번 열병식에서 연설을 생략했다. 대신 행사의 초점을 인민군의 역사와 전통에 맞췄다.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사열로 시작된 본행사에서 젊은 군인들은 강건·김책·최용건·김일·리두수·최일현·지병학 등 김일성 시대의 원로들과 현철해·연형묵·박송봉·심창완·전병호 등 김정일 시대 원로들의 대형 사진을 들고 행진했다.
이 가운데 최용건은 중국 동북항일연군 고위직에서 활동한 김일성의 빨치산 선배로, 김일성 집권기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지내며 2인자의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김일성이 최용건 사망 후 그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최용건의 항일투쟁 공적이나 생전 활동은 김일이나 강건과 다르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열병식 등장한 김일성·김정일 시기 북한군 원로들 |
현철해는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수행했던 김정은의 '후계교육 스승'으로, 지난해 사망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임종을 지키기까지 했던 인물이다.
지금까지 북한 체제를 수호해온 인민군에 감사를 표하며 새로운 세대들의 이전 세대의 업적을 따라 배울 것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역대 북한에 기여한 군인들의 사진을 들고나온 것은 열병식의 주인공이 인민군임을 온전히 드러내고 정규군의 역사성을 빛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 ICBM' 추정 신형 미사일 |
◇ 무더기 '화성-17형'에 고체 ICBM도 공개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무더기로 동원했고, ICBM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 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등도 등장시켰다.
중앙TV는 이들 무기가 나오자 "우리 무력의 선진성을 대표하는 전략무기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침해하려 들 때는 강위력한 반격으로 응징할 공화국의 핵전투무력의 철저한 실전 준비 태세를 과시하며 나간다"고 소개했다.
이어 "선두에 적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들씌운 321호 영웅발사대차가 나간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8일 화성-17형 발사 당시 사용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지칭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 TEL에 지난해 영웅 칭호와 함께 메달, 훈장을 수여한 바 있다.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 ICBM' 추정 신형 미사일 |
중앙TV는 그러면서 "수령이시여 명령만 내리시라, 우리의 타격의 사정권에는 한계가 없다"며 "세계 최강의 절대병기들은 오직 당신의 명령만 받들 것이며 언제나 당신께서 가리키시는 방향으로만 힘차게 날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중계에선 대규모 인원이 열병식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참석한 모습이 확인됐다.
북한은 지난달 말 호흡기 질환 발생을 이유로 닷새간 평양에 봉쇄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열병식 참가자들은 밀집된 환경에서 함성을 내지르거나 대화를 나눴다. 다만 김 위원장과 대화하는 간부들은 입을 손으로 가린 채여서 눈길을 끌었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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