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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4일간 손님 2만명 몰려 북적…예산시장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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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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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상설시장. 장옥(점포를 헐고 만든 광장) 입구에 들어서자 잔칫집 마당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825㎡ 규모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이 불판에 고기를 굽고, 국수를 먹었다. 영하 15도 맹추위를 뚫고 예산시장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이다.

예산시장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다. 예산은 백 대표 고향이다. 그는 2018년부터 예산군과 함께 예산시장 활성화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공실로 방치됐던 상가를 더본코리아가 사들여 옛날 모습을 살린 식당으로 뜯어고쳤다. 그 자리에 정육점, 닭볶음탕, 닭 바비큐, 국수를 메뉴로 하는 음식점 4곳이 지난 9일 새로 문을 열었다. 상차림 비용을 받고 불판을 빌려주고 쌈 채소, 술을 파는 상점도 생겼다.

조세제 예산시장 상인회장은 “명절 기간엔 자동차가 하루에 400대~500대씩 밀려들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였다”며 “백종원 대표가 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군에 따르면 예산시장에 새 가게가 문을 연 이후 지난 24일 기준 4만4000여 명이 시장을 찾았다. 하루 평균 2750명 정도다. 이전에 하루 평균 500명(주말 1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5배 이상 늘었다. 설 연휴 기간(21일~24일)에만 2만명이 몰렸다.

예산시장은 1981년 개설한 연면적 6719㎡ 크기 상설시장이다. 콘크리트 건물 통로 주변으로 어물전과 잡곡, 야채 가게, 포목점, 옷가게, 이불가게 등이 입주했다. 1926년 시작한 예산 오일장과 더불어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인구가 점차 줄면서 극심한 상권 침체를 겪고 있다. 개장 초기 110개였던 점포는 현재 50여 개에 불과하다.

백종원 대표는 2017년 그의 이름을 딴 국밥 거리 조성 초기부터 예산시장 활성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천홍래 예산군 혁신전략팀장은 “백 대표가 예산시장에 와 보더니 ‘옛날에 참 잘됐던 곳인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애초 시장 터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던 군(郡) 계획을 만류하고 옛 모습을 살린 리모델링을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입점한 가게는 금오바베큐·신광정육점·선봉국수·시장닭볶음탕 등이다. 점포 매입부터 메뉴 개발, 인테리어 기획·공사 전반을 백 대표가 주도했다. 비용은 더본코리아가 내거나 백 대표가 개인 돈으로 부담했다.

장옥 마당은 예산시장만의 독특한 장소다. 원래 점포가 있던 자리를 예산군이 하나둘 매입해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시장 안에서 고기를 사다가 상차림 비용을 내고 구워 먹을 수 있다. 국수나 짬뽕 같은 음식도 손님이 원하면 장옥 마당에 나와 먹을 수 있다. 50㎝ 높이 원형 양철 테이블에 낮은 의자를 놨다. 변지원(48·대구시)씨는 “근현대식 느낌을 주는 가게가 옛날 먹자골목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며 “바로 산 삼겹살을 시장에서 구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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