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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천공항서 몇달째 먹고 잔다…푸틴 동원령에 도망친 5명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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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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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의무 군복무 韓서 징병제는 민감한 사안”



우크라이나와 1년 가까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도망친 러시아인 5명이 인천공항에서 수개월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는 미국 CNN 방송 보도가 나왔다.

CNN은 28일(현지시간) “작년 9월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린 후 해외로 도피한 남성 5명이 한국 당국의 수용 거부로 수개월째 인천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며 이들 사연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들 중 3명은 작년 10월에, 나머지 2명은 11월에 한국에 도착해 난민심사를 신청했으나, 법무부에서 심사 회부를 거부당해 현재까지 출국장에서 지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들의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돕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종찬 변호사는 CNN 인터뷰에서 “이들은 하루에 점심 한 끼만 받을 뿐, 나머지는 빵과 음료수로 때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옷을 직접 손세탁해 갈아입어야 하고, 활동 반경은 출국장과 면세 구역으로 제한돼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의료 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 데다,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는 지난달 30일 법무부의 난민심사 불허로 이들 러시아인 5명이 사실상 방치돼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CNN은 이런 사연을 다룬 뒤 “18∼35세 사이의 모든 건강한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에서 복무해야 하는 한국에서 징병제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징집을 피해 온 러시아인들이 곧장 난민으로 인정될 경우, 한국의 엄격한 징병제로 논란의 불씨가 옮겨붙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CNN은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운동선수나 K팝 슈퍼스타조차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없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제와 관련한 논란도 여전하다고 부연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범죄 전력이 없는 60세 이하의 남성이 모두 징집 대상이다. 작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원령 선언 이후 1주일간 총 20만명이 조지아(그루지야), 카자흐스탄 및 인근 유럽연합(EU) 국가로 도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장에서 전투를 거부하는 군인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지하 시설에 구금되며, 탈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고 CNN은 덧붙였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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