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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최루탄 피하려다 뒤엉켜…지옥이 된 인도네시아 축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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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인도네시아 경찰이 축구팬들과 충돌 과정에서 전복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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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동자와주 말랑의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지난 1일 경기 직후 축구팬들의 난동과 경찰의 진압용 최루탄 발사, 이를 피하려고 한꺼번에 출구로 몰린 관중들의 압사로 최소 131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자카르타포스트, 안타라통신 등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는 1964년 남미 페루 리마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아르헨티나 간의 올림픽 예선전에서 압사사고로 320명이 숨진 이래 최악의 축구장 사고다.

사건은 1일 오후 10시쯤(현지시간, 한국시간 자정쯤) 말랑의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열린 홈팀 아레마FC와 원정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가 끝난 직후 벌어졌다. 2대 3으로 패한 홈팀 아레마의 축구팬 수천 명이 경기장으로 난입한 뒤 출동한 경찰차에 불을 지르는 등 기물을 파손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그 직후 폭력과 경찰 최루탄 진압 등을 피해 출구로 몰린 수백 명의 관중이 넘어진 뒤 짓밟히면서 압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밀 다닥 동자와주 부지사는 트위터에 지역 보건소의 사망 집계를 인용해 희생자는 최소 131명이라고 밝혔다. 앞서 동자와주 재난관리청은 사망자가 최소 174명이라고 했으나 다닥 부지사는 “사망자가 중복 계산됐다”며 정정했다. 현지 매체인 콤파스TV에 따르면 사망자 중 17명은 어린이다. 이 방송이 전한 영상엔 경기 직후 그라운드로 몰려가는 축구 팬들과 이들이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하는 장면, 그 뒤 쓰러진 사람들과 널브러진 가방 등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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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 아핀타 동자와주 경찰청장은 현지 언론에 “축구팬의 일부가 선수와 관계자들의 안전을 위협해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최루탄을 쐈다”며 “사람들이 이를 피하려고 10번과 12번 출구로 몰려 빠져나가다 서로 뒤엉켰고, 일부가 바닥에 깔리면서 사고가 벌어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위얀토 위조요 지역 보건소장은 “희생자 대부분이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고 깔리면서 호흡 곤란으로 숨졌다”며 “현장에서 병원이 아닌 집으로 옮겨진 사람도 있어 정확한 피해자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조코 위도도(조코위로도 불림) 대통령은 관계부처에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인도네시아 프로축구에는 18개 팀으로 이뤄진 1부 리그인 리가1과 28개 팀으로 구성된 2부 리그인 리가2 등 전국 리그와 지역 리그인 리가3가 있으며, 각 프로 축구팀은 열광적인 축구팬과 응원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인도네시아에서 경쟁팀 열성 팬들 간의 충돌과 소동이 종종 벌어져 왔다고 보도했다.

마흐푸드 엠데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은 콤파스TV에 “이번 사건은 축구팬들 간의 충돌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원정팀인 페르세바야의 열성 팬들이 이날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흐푸드 장관은 인스타그램에 “이날 칸주루한 경기장의 입장객은 4만2000명으로 수용인원 3만8000명을 4000명가량 초과했다”고 강조했다.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과도한 관중 입장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현지 경찰은 경기 전 축구협회에 이런 점을 지적했으며, 경기 시간을 좀 더 당기라고 권고했지만 무시됐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앞으로 일주일간 리그 경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축구장 사망사고로는 64년 리마 사건 외에 2001년 아프리카 가나 아크라에서 발생한 사고로 126명이 숨졌으며, 89년 영국 셰필드의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선 관중석이 무너져 97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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