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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다누리, 전이궤도 진입 성공…달 향한 5개월 여정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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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달 궤도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다누리가 달을 향해 출발한 우주군 기지는 플로리다주 최동쪽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매우 맑은 날씨였다. 발사장 주변은 사방이 평지여서 수㎞ 밖에서도 다누리가 발사될 40번 발사장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지 취재진은 40번 발사대와 약 4㎞ 떨어진 미디어 관람 장소에서 발사를 지켜봤다. 다누리 발사를 보기 위해 인근 코코아비치와 미디어 관람장에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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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 오전 8시 48분(현지 시각 4일 오후 7시 48분)쯤 스페이스X 발사체 ‘팰컨9’과 완전히 분리됐다.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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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48분 발사체와 분리…9시 40분쯤 첫 교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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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세종청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달궤도선인 다누리가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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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5일 오전 8시 8분 48초(현지시간 4일 오후 7시 8분) 발사된 다누리는 2분 34초쯤 지난 뒤 로켓 1단이 분리됐다. 곧이어 3분 8초쯤에는 다누리 본체를 감싸고 있던 페어링이 분리됐다. 6번째 재사용된 팰컨9의 1단 로켓은 순조롭게 지구로 되돌아와 회수됐다.

다누리는 발사 40분이 지난 오전 8시 48분쯤 고도 약 703㎞ 지점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과 최종 분리됐다. 분리 시 속도는 초속 약 10.15㎞였다. 6종의 탑재체를 실은 다누리 본체가 우주 공간에 놓인 순간이었다. 발사 약 92분 뒤인 오전 9시 40분에는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심우주 안테나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다누리가 지상국 첫 교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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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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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이날 오후 2시 열린 브리핑에서 “다누리가 달 전이 궤도에 진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항우연이 다누리로부터 수신한 위성 정보를 분석해보니 발사체가 분리된 후 다누리의 태양전지판이 제대로 펼쳐져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탑재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작동돼 장치 간 통신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고, 장치의 온도도 표준 범위 안에 드는 등 정상 작동이 확인됐다.



9월 2일 지구 방향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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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팰컨9에서 순조롭게 분리된 다누리는 이제 4개월 보름 동안 지구로부터 최대 156만㎞ 떨어진 곳으로 달 전이 궤적을 따른 항해를 시작한다. 달 전이 궤적에 오른 건 시작일 뿐이다. 다누리가 이 궤적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궤적 오차 보정 기동을 수차례 해줘야 한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4개월 보름 동안 멀리 돌아가는 과정에서 심우주 통신이나 탐사선 자체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궤적 수정도 일일이 해줘야 해 쉽지 않은 과제이자 처음 해보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석 차관은 “달 궤도에 근접할 때까지 최대 9번의 추력기 작동을 통한 방향 조정이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기동은 발사 이틀 뒤인 7일 오전 10시에 이뤄진다. 추력기로 방향을 조정해 궤도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이후 다누리는 태양 방면으로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향해 계속 이동한다.

또 한 번의 추력기 작동은 9월 2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때는 다누리의 속도가 초속 0.17㎞까지 떨어진다. 태양과 지구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포인트 1에 근접한 때이다. 이때 추력기를 작동해 지구 방면으로 다누리의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이후 달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과 달 궤도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 오 차관은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관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16일 달 궤도 진입 예정



이 과정이 무사히 진행되면 다누리는 12월 16일 달 궤도에 진입해 12월 31일 달 고도 100㎞의 임무 궤도에 들어오게 된다. 임무 궤도에 안착하면 1년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내년 1월 시험 운영을 거쳐 2월부터 12월까지는 본격 임무 수행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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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와 교신을 위해 경기도 여주에 구축된 심우주안테나. 연합뉴스.



주요 임무는 감마선 분광기와 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이용한 달 표면의 자원 탐사 및 착륙 후보지 탐색이다. NASA의 섀도캠으로 영구음영지역도 관측한다. 우주인터넷 탑재체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를 지구로 보내 달 궤도에서 지구와 우주 인터넷 시험에도 나선다. 다누리 발사의 최종 성공 여부 역시 다누리가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들어왔는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다누리로 확보한 3가지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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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8시 8분(현지시간 4일 오후 7시 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 발사장에서 다누리가 하늘로 오르고 있다. 사진 Spac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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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 발사가 최종 성공하면 한국은 크게 세 가지 우주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먼저 심우주 공간까지 갈 수 있는 궤도를 설계하는 기술이다. 탄도형 전이 궤도 설계 능력을 확보해 달 착륙선 발사나 다른 탐사선 개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또 설계된 궤도를 따라가며 주요 고비에서 탐사선을 관제하는 기술을 익혀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는 심우주 통신 능력을 확보다. 경기도 여주에 설치된 직경 35m의 심우주 안테나를 활용해 추후 국내 심우주 탐사 프로그램이나 국제 협력을 추진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세계 어떤 나라도 홀로 화성 같은 심우주에 다녀올 수 있는 능력과 재정을 갖춘 나라는 없다”면서 “다누리의 성공은 거대한 국제 우주 협력체에 우리나라가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2031년까지 ‘달 착륙선’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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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31년까지 1.5톤(t)급 이상의 달 착륙선을 개발해 달 표면에 직접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달 착륙선 발사는 다누리처럼 해외 발사체를 빌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한국형 발사체를 통해 자력으로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6월 성공적으로 발사한 누리호의 후속으로 개발 예정인 2단형 차세대 발사체가 활용될 수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31년까지 우리 발사체로 달 착륙선 자력 발사를 추진하고, 국제 유인 우주 탐사 사업인 아르테미스 사업에도 참여하면서 대한민국의 우주 탐사 역량을 계속해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다누리가 보내 줄 달의 표정과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고대한다”고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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