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경쟁작…송강호·이지은·배두나·강동원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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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칸[프랑스]=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동안 가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그가 스크린에 펼쳐낸 가족 이야기는 관객과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함께 도둑질하며 살아가는 비혈연 관계의 가족을 다룬 '어느 가족'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까지 받았다.
26일(현지시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상영한 경쟁 부문 진출작 '브로커' 역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점차 가족이 되는 모습을 그린, 고레에다 감독 색채가 묻어나는 작품이다.
낯선 점은 한국 배경에, 한국 배우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국내 제작사 집이 제작하고 CJ ENM이 투자·배급한 한국 영화로, 고레에다 감독은 직접 쓴 각본을 바탕으로 연출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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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자신의 아이를 베이비 박스 앞에 두고 간 소영(이지은 분)과 버려진 아이들을 훔쳐다 판매하는 브로커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 세 사람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상현과 동수는 소영이 버린 아들 우성을 몰래 데려와 '바이어'를 물색한다. 그러나 소영이 마음을 바꿔 교회로 찾아오면서 두 사람은 브로커인 사실을 들킨다.
큰돈도 벌고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둘의 말에 소영도 이들의 거래 현장에 따라나선다. 이곳에서 우성은 철저하게 상품으로 취급당한다. 소영은 아이를 두고 흥정하고 12개월 할부까지 요구하는 젊은 부부와 싸우기도 한다. 세 사람은 아이가 필요한 또 다른 부부를 찾아 나선다. 동수가 자란 보육원에 있는 초등학생 해진도 동행하면서 남들이 보기에 이들은 단란한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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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들의 뒤를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가 바짝 쫓고 있다. 상현과 동수의 인신매매를 수사하던 두 사람은 아이를 판매하는 현장을 덮쳐 현행범으로 이들을 체포할 계획이다. 수진은 "버릴 거면 낳지를 말았어야 한다"는 개인적 신념으로 인해 소영에게 더 분노하는 듯한 모습이다.
상현과 동수는 소영 모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점차 애틋함을 느낀다. 소영이 한 사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우성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큰돈을 주겠다는 제안에도 아이를 팔기가 싫어진다. 가족이 된 이들은 과연 가족을 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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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는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사람은 없다는, 생명에 대한 헌사를 건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늘하다고 느껴질 만큼 사실적이고 관찰주의적이던 기존 고레에다 작품과는 달리 '브로커'는 지나치게 감성적이어서 신파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레에다 감독 작품만의 매력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가 널뛰는 바람에 좀처럼 공감하기도 어렵다. 버려진 아이를 훔쳐다 팔 정도로 비양심적이던 상현이 소영과 우성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소영과 동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애정신도 급작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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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일부 설정과 대사는 얕고 작위적이고 편의적이다. 딸과 아내에게 버림받은 아빠 상현, 엄마로 인한 상처가 아물지 않은 동수, 아들을 버린 소영과 소영에게서 버림받은 우성, 보육원에서 자란 해진이 한 가족이 된다는 기본 설정부터가 오직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어색한 밑그림으로 보인다. 이따금 이어지는 문어체 대사는 좀처럼 이입을 힘들게 한다. 차라리 일본 영화였다면 하는 아쉬움까지 남는다.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이주영 등 스타 배우들로만 주연 라인업을 꾸린 것도 패착 중 하나다. 배우 각각은 빛을 내지 못한 채 극 중에서 손쉽게 소비되고 시선은 분산된다. 송새벽, 이동휘, 박해준 등 조·단역도 다소 개성이 강해 자연스레 녹아들지 못한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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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동안 가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그가 스크린에 펼쳐낸 가족 이야기는 관객과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함께 도둑질하며 살아가는 비혈연 관계의 가족을 다룬 '어느 가족'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까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