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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름 뿐이던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역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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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경제정책 참여하는 '위원회의 위원회'로 위상 강화

창조경제·민생경제·거시금융 등 4개 분과 위원 30명 위촉

절반 이상이 '朴의 사람들' - 30명 중 9명이 '미래硏' 출신

인수위·서강학파 인사도 여럿… 靑 "해당분야 '베스트'들 엄선"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했다. 여기에는 헌법 93조에 명시돼 있으면서도 유명무실해져 있던 이 회의를 부활시켰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난 정부에서 경제 분야 자문을 맡았던 국가경쟁력강화위와 미래기획위 등을 모두 폐지하고, 이 회의를 '경제 분야의 유일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경제정책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처럼 운용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명실상부하게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도록 위원도 엄선했다"며 "실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 있고 '베스트(최고)'라 할 만한 분들만 모셨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회의가) 정책에 대한 수동적 자문 기능을 넘어 국가 정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위상을 가질 것"이라며 "위원회의 위원회"란 표현을 썼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 회의의 의장 자격으로 부의장 1명과 창조경제·민생경제·공정경제·거시금융 등 4개 분과의 민간 위원 29명을 위촉했다. 위촉된 위원의 절반 이상은 어떤 식으로든 친박(親朴) 인맥에 속했다. 9명은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하 미래연) 출신이고, 새누리당 대선 조직인 '국민행복추진위'(이하 행추위)와 서강학파 등 넓은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인재 풀로 볼 수 있는 사람도 여럿이다.

부의장에 위촉된 현정택(64)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미래연 출신이다. 1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과 경제기획원 등에서 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말기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쳐 한국개발연구원장을 지냈다.

민생경제 분과위원장을 맡은 안상훈(44)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래연, 행추위, 인수위를 거치면서 최성재(67)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함께 복지 공약을 만들고 다듬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복지에 투입되는 재원(財源)이 한국의 자본주의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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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정갑영, 김창준, 조윤제.


거시금융 분과위원장인 정갑영(62) 연세대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 등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정 총장은 이날 "미국 스탠퍼드대는 개교 이후 4만 기업을 만들어 540만명의 일자리, 부가가치 2조7000억달러를 창출했다"며 "규제 완화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유일하게 미국 하원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김창준(74) 정경아카데미 이사장은 공정경제 분과위원으로 참석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이 더 어렵다"며 "한·미 FTA 등을 활용해 미국 기업과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중국 시장 등에 진출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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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이었고 당시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조윤제(61)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거시금융 분과위원으로 위촉됐다. 조 교수는 "금융·노동 부문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함께 정규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특강을 했던 '창조경제 전도사' 현대원(49)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창조경제 분과위원으로 참석해 "창조경제의 핵심은 사람인데, 최근 논의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기업과 정부 중심이라서 아쉽다"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는 공정경제 분과위원으로 위촉된 정규재(56)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 "경제 민주화의 의도가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결과의 평등주의'나 '기업 옥죄기'로 왜곡 인식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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