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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졸리처럼…가족력 있다면 유방암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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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할리우드 스타 앤절리나 졸리(38)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졸리는 10년 동안 난소암 투병 끝에 5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양쪽 가슴을 절제하고 복원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졸리는 변형 유전자 때문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50%로 높아 수술을 감행(?)했다고 밝혀 암 유전자 검사도 주목받고 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은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졸리에게서 발견된 ’BRCA’ 유전자는 대표적인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 유전자"라며 "BRCA1,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0~80%에 달하며 발병 시기가 빠르고 양쪽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은숙 센터장은 BRCA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난소암 발병 확률도 20~30%로 높아진다고 소개했다.

김성원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가족 중에 35세 미만 유방암 환자나 양쪽 가슴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BRCA1ㆍ2 변이를 확인하고, 보인자(保因者)라면 지속적인 암발생 감시와 화학적 예방 및 예방적 수술을 통해 적극 암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인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BRCA1,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확인된 경우를 말한다. 보인자는 암예방과 조기 검출을 위해 주기적으로 유방 전문의의 진찰, 초음파, MRI 등의 영상 검사, 종양 표지자 혈액 검사, 난소암 검진을 시행해야 한다.

◆ 연간 유전성 유방암 환자 1000명

유방암은 한국에서 연간 1만6000여 명이 새로 진단되고 있으며 이 중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7%로 연간 1000여 명을 차지하고 있다. 가족 중 유방암 및 난소암 병력이 있는 환자가 있다면 유전성 유방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유전성 유방암은 BRCA1과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는 원래 유방암을 억제하는 유전자인데,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기능을 상실해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 위장관암 등을 일으키며 세대를 통해 유전된다. 특히 가족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유방암 발생 유전자를 이어받지 않은 경우에도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존재한다. 정승필 고려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유전성 유방암은 젊은 나이에 발생하기 쉽고 양측 유방에 암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에 관련된 질환이므로 유전성 유방암이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는 모든 유방암 환자와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 유전상담을 통해 위험도를 평가한 후 위험도가 높을 경우 혈액을 채취해 DNA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BRCA 유전자를 분석한다.

◆ 유전질환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BRCA1ㆍ2 돌연변이 고위험군으로 진단받으면 18세부터 매월 유방 자가 검진을 하고 25세부터는 6개월 간격으로 전문가에 의한 유방 진찰, 1년마다 유방촬영 등 영상학적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고위험군은 ’타목시펜’을 복용하는 화학적 예방법, 양측 유방을 절제하고 복원수술을 시행하는 예방적 유방절제술, 예방적 양측 난소 절제술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인마다 처한 상황 및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유전성 유방암이 의심되는 경우 유전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환자와 의사 간에 충분한 이해와 동의가 있을 경우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게 되며 이와 동시에 유방암의 발생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상담이 진행된다.

배정원 고려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죄의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올바른 치료를 받기 위해서라도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상담 및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들도 유방암 가족력이 있을 경우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봐야 한다. 남성은 유방이 없다고 생각해 가족 중 유방암이 호발해도 건강검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BRCA 돌연변이가 있다면 유방암 및 전립샘암에 대한 주기적 검진이 필요하다.

◆ 유방암 유전자 검사 60만~80만원 선

유전성 유전자 검사는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까지 확인된 인간 유전자는 약 2만5000개로 이 중 질병 진단과 연관된 유전자는 1600여 개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 검사로 진단되는 질병은 유방암을 비롯해 대장암, 유전성 내분비암(일부 갑상샘암 등), 신경세포종, 가족력이 있는 알츠하이머병 등이다.

2003년부터 유전암검사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1600여 개의 유전자를 대부분 진단해낼 수 있지만 현재 150개의 유전자가 가장 많이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2008년부터 유전상담클리닉을 개설해 유방암센터와 협진을 통해 유전성 암이 의심되는 유방암 환자의 유전상담 및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유전자 검사는 개별 환자에 대한 ’직접검사법’과 암 환자를 포함한 가족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간접검사법’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의심되는 암 유전자를 선택해 검사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 비용은 10만~200만원으로 다양하지만 유방암과 대장암 유전자 검사는 60만~80만원 정도 든다. 무슨 검사를 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검사 결과는 ’유방암 변이유전자가 있으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0세까지 80% 정도가 되며 일반인보다 ○○배 높다’는 식으로 나온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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