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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당국 봉쇄에도 홍콩 곳곳서 켜진 톈안먼사태 추모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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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공원, 中봉쇄로 32년 만에 처음으로 '텅'

빅토리아 공원 봉쇄에 반감 겹치며 추모열기↑

아주경제

톈안먼 사태 32주년 추모집회 원천봉쇄 나선 홍콩 경찰 (홍콩 AP=연합뉴스) '6·4 톈안먼 민주화시위' 32주년을 맞은 4일 홍콩 경찰이 빅토리아 파크를 순찰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빅토리아 파크에서 매년 열리는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불허했다. leekm@yna.co.kr/2021-06-04 17:56:03/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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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만에 처음으로 홍콩 시내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리는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집회가 불허됐지만, 대신 홍콩 도심 곳곳에서 일부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가 되자 빅토리아 공원 주변을 비롯해 코즈웨이 베이, 몽콕, 침사추이 등지에서 시민들이 일제히 촛불을 들어 올렸다.

빅토리아 공원에서 매년 6월 4일 오후 8시면 켜졌던 수만 개의 촛불은 홍콩 당국의 원천봉쇄로 이날 32년 만에 처음으로 켜지지 않았지만, 대신 홍콩 도심 곳곳에서 촛불이 타오른 것이다.

이날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회를 불허하고, 아예 빅토리아 공원의 대부분을 봉쇄, 공안조례(공공질서조례)를 내세워 시민들의 접근 자체를 막았다. 또 홍콩 전역에 7000명의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주요 길목마다 2m 높이의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어떤 종류의 집회도 열리지 못하도록 차량과 보행자들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기도 했다.

아울러 경찰은 시위를 상징하는 검은색 옷을 입고 빅토리아 공원 인근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다른 지역에서 4인 초과 집합금지 명령을 어길 경우 공안조례 위반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날 오후 8시가 가까워지자 홍콩 도심 곳곳에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휴대전화 액정에 촛불을 켜고 구호를 외쳤다. SCMP는 "빅토리아 파크 촛불집회가 금지되자 시민들이 이에 저항해 홍콩 전역으로 흩어져 촛불을 켜며 소규모로 시위를 펼쳤다"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오전에는 빅토리아 공원 촛불집회를 주최해온 홍콩 시민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초우항텅 부주석과 20대 남성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법 집회를 홍보하고 선전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 중심부인 톈안먼 광장에서 학생, 노동자, 시민들이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등 중국 지도부는 이를 폭동이라 주장하며 탱크를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중국 당국은 당시 톈안먼 사태로 2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미국 등 서방국에서는 수천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중국 당국이 진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홍콩에서는 톈안먼 사태 발발 다음 해인 1990년부터 지련회 주도로 매년 시위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집회가 열려왔다. 지난 2019년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인원이 2012년과 2014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 인원인 18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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