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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코로나19에 병드는 정신건강… "자살률 늘까 우려... 심리적 응급처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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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한림원⋅과총⋅과학한림원 온라인 포럼

"코로나19로 인해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자살률의 증가다. 한국은 14년 연속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했다. 전쟁 없이 1개 군대 사단이 전멸하는 수준이다. 최근엔 다행히 조금 감소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국민들과 또 경제적 여건의 어려움에 따른 우울증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을 비롯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단절감, 경제적 피해로 인한 우울감 등 일반 국민 수준에서의 심리적 지원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10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 개최한 'COVID-19 사태에 대비하는 정신건강 관련 주요 이슈 및 향후 대책'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심리적 대책과 관련한 논의가 이어졌다.

조선비즈

10일 의학한림원, 한국과총 주최로 열린 ‘COVID19 사태에 대비하는 정신건강 관련 주요 이슈 및 향후 대책’ 온라인 포럼.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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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회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수준을 조사한 결과 21점 만점에 5점 수준으로 정상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중증도 분포를 보면 48%의 국민은 가벼운 수준 이상의 불안을 느끼고 있고 19%는 중증도 이상의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이분들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울감 조사 역시 평균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 회장은 "PHQ-9(우울증평가도구)로 한 조사에서 평균 27점 만점에 5.1점으로 정상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많은 문제는 피로감, 수면 문제 등으로 표기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 우울 수준이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한 셈이지만 재난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라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악영향만 미치는 건 아니다. 재난 상황에서 불안이 증가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은 "불안의 순기능도 있다. 손을 자주 씻는다거나 개인 위생에 더 철저해진다"며 "불안이 증가하는 건 괜찮고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같은 트라우마의 경우 초기엔 높지만 80% 정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깨끗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려되는 건 사회적 거리두기나 격리 등으로 인해 음주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 회장은 "음주빈도는 53%가 빈도가 동일하거나 증가했는데, 재난 상황의 경우 음주빈도가 증가하거나 양이 증가한다"며 "음주양이 증가한건 62%로 집계됐는데 이는 가정 내 음주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로 인한 가정폭력, 갈등 등도 살펴봐야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직접 코로나19 확진 격리자들을 치료해온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부장은 "확진자들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정신적 건강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당장은 증상이 없더라도 갑자기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자신에 대한 편견에 대한 분노감,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 나타난다"며 "특히 과거 정신적 외상 경력이 있었던 경우 더 심각하고 자살 우려까지 보고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충격으로 인한 우울증 증가도 문제다. 백종우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위험이 있을때마다 자살률이 치솟았다. 최근엔 다행히 조금 감소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다시 늘지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부터 OECD 자살률 1위 국가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한때 리투아니아에 1위를 내주기도 했지만 작년에는 하루 평균 37.5명꼴로 자살이 벌어지며 다시 1위에 올랐다. 주된 사유는 대부분 경제적 문제, 직업 스트레스 등이었다.

백 위원장은 "과거 사스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홍콩에서는 첫 해에 노인 사망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단절되면서 벌어진 일이며 일본의 경우 대지진 2~3년 후에 자살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열심히 재건에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자 좌절감이 늘어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과거 경제대공황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취업률이 다시 줄고 휴직자도 늘면서 국내에서도 고용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업급여 신청 역시 전에 없을 정도로 늘었다"며 "심리적 위기에 있는 분들을 빨리 발견해서 심리적 응급처치를 해야한다. 특히 (노인, 실업자 등과 같이) 취약한 상황의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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