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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1만원 헤드셋, 지금은 3만원···온라인 개학이 부른 '방송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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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장비 가격 올라 광주광역시 저소득층 지원 줄어

헤드셋 등 1320명에게 주려다 373명 물량만 수의계약

판매업자 "팔려해도 재고 없다" "수요 줄면 악성재고"

중·고등학교 온라인 개학과 함께 인터넷 강의 녹화·방송에 필요한 장비들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가격도 2~3배 올라 학교현장에서 '방송 장비 대란'이 펼쳐지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약 1300명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방송 장비를 주려 했던 온라인 개학 지원 대책이 높은 가격에 발목 잡히면서 사업 규모가 30% 수준으로 줄었다.



방송 장비 가격 오르면서 저소득층 지원 줄어



9일 광주 동부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이날 온라인 개학을 대비해 총 1320명의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헤드셋과 방송용 카메라(웹캠) 등 온라인 강의용 방송 장비를 지원하려 했지만, 가격이 올라 373명 지원에 그쳤다.

중앙일보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여고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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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방송 장비를 지원하려 했던 1320명은 동부교육지원청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컴퓨터를 무상 보급했던 저소득층 가정이다. 이들 모두에게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방송 장비를 주려 했지만, 가격이 2~3배 뛰면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컴퓨터를 보급한 저소득층 자녀로 범위를 좁혔다.

동부교육청 관계자는 "헤드셋 같은 경우는 온라인 개학 전 1만원 초반대 제품이 3만원대로 올랐고 화상 카메라는 개학 전 3만원 초반대 제품이 7만원까지 거래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공급은 부족한데 방송 장비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동부교육청은 수의계약을 통해 최저가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동부교육청 관계자는 "헤드셋은 1만9000원, 화상 카메라는 4만7000원에 납품받기로 했다"며 "조달청 계약으로는 개학 전 낮은 가격으로 입찰받아야 해서 직원들이 직접 최저가 공급처를 수소문해 수의계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선생님 온라인 강의용 장비 가격도 품귀현상



광주 서구 상일여고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선생님들의 방송 장비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었다. 상일여고는 지난 1일과 2일 각각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강의 녹음용 '핀 마이크'와 문제 풀이 영상을 녹화할 '펜 타블렛'을 주문했지만, 판매처에서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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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여고 교사가 펜 타블렛 장비를 이용한 온라인 문제풀이 수업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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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마이크를 개당 6만원으로 3개, 펜 타블렛은 개당 6만5000원에 10개를 결제까지 마쳐 4일 뒤 배송된다는 안내도 받았지만, 마땅한 이유를 듣지 못한 채 환불 처리됐다. 상일여고 측은 다행히 온라인 개학 이틀 전 비슷한 상품을 구매해 온라인 강의 녹화를 마칠 수 있었다.

온라인 강의용 장비 수요 급증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9일 전국적으로 중·고등학교 3학년만 온라인 개학했고 중·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은 4월 16일, 초등학교 1~3학년은 4월 20일 개학하기 때문에 계속 방송 장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일여고도 고1·2 학생용 온라인 강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방송 장비 팔고 싶어도 재고가 없다"



광주시교육청은 방송 장비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하면서 품귀 현상이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교육지원청뿐만 아니라 학교 단위에서 별도로 온라인 방송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학급당 20만원의 예산 등을 지원하고 있어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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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여고 교사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수업을 녹화하고 있다. 녹화된 영상은 'EBS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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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방송 장비 판매상들은 "팔고 싶어도 재고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광주지역의 한 온라인 방송 장비 판매업자는 "온라인 개학을 노리고 일부러 물건을 안 판다는 것은 오해다"며 "온라인 개학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수요가 늘어난 것이지 평소에는 방송 장비를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중국 쪽에서 들어오는 방송 장비 물량도 많지 않다"며 "어떻게 물량을 확보한다 해도 예전처럼 수요가 줄어들면 악성 재고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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