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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환매중단 디스커버리' 투자자 소송 채비…금감원 경위 파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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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대사 동생이 대표인 운용사가 기획·운용한 펀드

투자자 "판매사 불완전 판매"…한누리 "판매사도 알았을 정황"

뉴스1

9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무실.2020.4/09. © 뉴스1 박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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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을 검사했던 금융감독원이 최근 재차 디스커버리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판매사들이 불완전 판매를 했다며 법적대응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장하원 대표는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의 동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스커버리운용은 지난해 1800억원 규모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펀드 만기는 지난해 4월25일이었다. 이로 인해 펀드 판매사 중 한곳인 기업은행으로부터 투자자 200여명이 아직도 695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어 재차 논란이 불거졌다.

이 펀드는 미국 핀테크 회사인 '다이렉트랜딩글로벌'(DLG)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했는데, DLG가 유동성 문제로 해당 사모사채의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또한 이 펀드의 미국 운용사 '다이렉트 렌딩 인베스트먼트'(DLI)는 실제 수익률과 투자자산 실제 가치 등을 허위보고한 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펀드 자산이 동결됐다.

투자자들은 판매사들이 펀드 판매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며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은 지난달 김성태 수석부행장을 팀장으로 하는 디스커버리펀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도 디스커버리운용의 잇단 환매 중단 사태의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왜 환매가 중단됐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펀드 환매가 중단되면 그 배경을 살펴보는 수준의 통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의 환매가 중단됐을 때인 지난해 6월 디스커버리운용에 대한 정식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다만 검사 결과 특별한 문제점은 없어 별다른 조치를 안 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또한 세간의 관심인 디스커버리운용의 성장 배경에 장 대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부분이 있는지 등은 금감원이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넘어선다고 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DLI와 브랜든 로스 DLI 대표 등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증거가 제시될 가능성이 있어, 의뢰인들에게 법적자문을 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소송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누리의 구현주 변호사는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든 로스 대표와 DLI 펀드의 명성, 수익성 등이 중요한 부분으로 설명돼 판매됐지만, 지난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판매사들도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정황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누리 측은 펀드 판매회사인 기업은행, 하나은행을 비롯해 운용사인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을 상대로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의뢰인들을 대리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디스커버리운용은 지난달에도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 펀드, 'US부동산선순위채권' 펀드의 환매를 연기했다. 일부 채권의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두 펀드는 신한은행(651억원)과 기업은행(219억원) 등이 판매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 현지 펀딩과 매각이 딜레이됨에 따라 상환이 연기됐으나, 부동산 담보 후순위가 있기 때문에 고객 손실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 "투자금 회수에 필요한 절차들을 신속하고 빠짐 없이 수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은 잇단 환매중단 사태의 원인과 향후 계획 등을 묻기 위해 펀드를 기획·운용한 디스커버리운용의 서울 중구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관련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디스커버리운용의 한 관계자는 이날 장하원 대표가 부재 중이라고 전했다.

2016년 11월 설립된 디스커버리운용은 지난 7일 기준 펀드 설정액이 4933억원 수준으로 72개 펀드를 운용 중이다. 2017년 4월말 설정액은 80억원, 1개 펀드 뿐이었다. 3년 사이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장 대표의 형인 장 대사는 2017년 5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장 대표는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열린우리당 정책실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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