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부부의 세계’ 김희애 “본능은 남자만 있는 게 아니다”…카타르시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부부의 세계’ 김희애가 선사하는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안방을 집어삼켰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연출 모완일, 극본 주현, 크리에이터 글Line&강은경, 제작 JTBC스튜디오)가 거침없는 상승세와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반격을 시작한 지선우(김희애 분)의 파격 행보를 그린 4회는 시청률 15%(전국 14.0%, 수도권 15.8%, 닐슨 유료가구 기준)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선우의 감정선은 여타의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유다. 한순간에 무너진 완벽한 세계 앞에 불안과 혼란, 분노와 좌절을 오가는 지선우의 적나라한 감정들을 밀도 높게 그려낸 김희애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단숨에 빠져들게 했다. 주현 작가 역시 “지선우의 감정선을 좇아가면서 주변 인물들과의 감정적 부딪힘, 엇갈림 사이를 따라가는 드라마”라고 소개하며, “지선우가 가지고 있는 파격과 압도적인 힘”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매일경제

‘부부의 세계’ 김희애가 선사하는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안방을 집어삼켰다. 사진=JTBC ‘부부의 세계’ 캡처


배신에 휘청이면서도 결코 이태오(박해준 분)가 만든 나락에 머물지 않고 제 발로 불행과 마주 서는 지선우의 힘은 강렬한 에너지로 극 전체를 장악했다. 주현 작가는 “상처받은 지선우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불안하고 나약하고, 때론 잔인해지기까지 한 인간의 본성, 그 밑바닥까지 정면으로 직시하면서 공감을 끌어내고자 한다. 뜨겁고, 날카롭고, 냉정했다가도, 절박해지는 그 모든 감정의 변이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기만하고 아들까지 상처 입게 만든 이태오를 향한 지선우의 들끓는 복수심은 예측할 수 없는 ‘숨멎’ 전개를 만들어내고 있다. 거센 태풍의 중심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강단 있게 나아가는 지선우의 선택에 응원과 지지가 쏟아지고 있다. 남편뿐 아니라 친구, 가족, 이웃까지 거짓 위에 쌓은 관계의 모래성이 이제 모두 무너져 내렸다. 지선우는 비틀린 관계를 비웃음으로 갚아주며 감정의 핵심을 짚어내는 대사로 폐부를 찌르고 있다. 이에 자신을 둘러싼 거짓의 가면들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으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던 지선우의 사이다 모먼트를 짚어봤다.

#. 허울뿐인 우정에 날린 경고 “그렇담 행동 똑바로 해, 이제부터!”

남편의 진실을 좇던 지선우는 남편에 이어 친구들의 배신까지 겹치며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지옥임을 확인했다.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지독한 외로움이 지선우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한 사람을 감쪽같이 속인 배신의 뒤에는 어이없는 정당화와 궤변이 있었다. 지선우와 여다경(한소희 분)을 똑같이 사랑한다며 이태오는 자신의 감정을 합리화했다. 설명숙(채국희 분)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동창인 이태오가 아니라 지선우가 자신의 친구라고 포장하더니, “어쩔 수 없었다. 금방 정리한다고 했다”라며 비겁했던 행동을 합리화했다. “그렇다면 행동 똑바로 해. 이제부터”라는 지선우의 일침에도 설명숙은 바뀌지 않았다. 3개월이라던 이태오와 여다경의 관계는 2년이 넘었고, 여전히 설명숙은 지선우의 행동을 이태오에게 알리고 있었다. 돌아오지 않을 우정에 지선우도 더는 신뢰를 주지 않았다. 타인의 불행을 내려다보는 설명숙의 속마음까지 꿰뚫었다. “이중 첩자 노릇 언제까지 할래?”라고 꼬집으면서도 분노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허울뿐인 우정에 지선우도 마음을 주지 않고 자기 스스로 불행을 벗어나겠다는 의지였다. 차가운 경고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 “태오 씨가 어떻게 망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셔야죠” 지선우의 서늘한 분노

모든 것이 거짓인 세계에서 지선우가 기댈 곳은 없었다. 같은 아픔을 겪었던 이태오의 모친 배정심(정재순 분)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의 배신으로 오랫동안 한을 품고 살아왔으면서도 아들의 배신에는 눈을 감았다. 위로받고 하소연하고 싶었을 지선우에게 “한 번 실수 용서하고 품어주면 지나갈 일”이라고 아들을 감싸고 “바늘 끝 하나 안 들어가는 너랑 사느라 내 아들도 고단했다”라며 지선우를 비난했다. “준영이 일이라면 너도 그랬을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불행 앞에서 지선우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배신을 목도한 지선우는 독기를 품었다. “빈털터리로 쫓아낼 거고요. 이 동네 다시는 발도 못 붙이게 할 겁니다. 준영인 영원히 못 볼 거예요. 태오씨가 어떻게 망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셔야죠”라며 서늘하게 복수를 다짐하는 지선우는 외롭게 불행과 마주 서기 시작했다. 시청자들 역시 지선우의 감정에 공감하며 뜨거운 응원을 쏟아냈다.

#. “본능은 남자한테만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짓 그만해” 외도를 합리화하는 손제혁에 대한 일침

아내를 기만하고 가정을 비웃으며 끊임없이 쾌락을 좇는 손제혁은 이태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부와 믿음, 사랑에 대한 이들의 왜곡된 시각은 시청자를 분노케 했다. 이태오의 배신에 눈감았으면서도 오히려 지선우에게 손을 내밀며 접근한 손제혁. “도대체 바람은 왜 피우는 거야?”라는 지선우의 질문에 손제혁은 “바람은 남자의 본능”이라고 대답했다. 배신을 가볍게 여기고 신의와 약속을 우습게 만드는 말들은 비루하고 하찮았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그들이 배신 앞에 지선우는 또 다른 진실을 드러냈다. “본능은 남자한테만 있는 게 아니다. 여자라고 바람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게 아니다. 다만 부부로서 신의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도 이런 짓 그만해라”라며 싸늘한 경고를 날렸다. 날카로운 지선우의 일침은 부부라는 관계가 갖는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 “바람피우는 남자가 한 약속,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가장 약한 고리를 건드린 비수

이태오와의 달콤한 사랑에 빠져있는 여다경은 2년여의 세월 동안 지켜봐 온 감정을 확인했고, 지선우를 비웃었다. 하지만 지선우는 알고 있었다. 이태오가 여다경 앞에서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은 지선우가 준 안정 때문이라는 것을. 지선우와 이태오 역시 한때 그들처럼 뜨거웠다는 것도. 시간 안에 감정의 풍파를 모두 겪어낸 지선우는 여다경 본인조차 인식하지 못한 불안을 공략했다. 아이 낳을 준비를 하는 여다경에게 “바람피우는 남자가 한 약속이 과연 믿을 만한 건지 모르겠다”라는 말로 둘의 감정을 비웃었다. 우연히 여다경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감독님 잘생겨서 여자 많았겠다”라는 엄효정(김선경 분)의 농담에도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남자한테 배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여유롭게 비수를 날렸다. 자신의 사랑과 신의가 무너져 내린 위에 더 강해진 지선우는 역으로 여다경의 심리를 이용하고, 예리하게 벼른 칼날을 꽂으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sunset@mkculture.com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