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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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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일 전날이 총선인데”… 막말 수습 비상 걸린 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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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6]‘유가족 비하’ 차명진도 제명 추진

“열세인 수도권서 치명상 입을라”

황교안 “무거운 책임감” 사과 이어 김종인 9일 회견서 사과 방침

세월호가족協 “법적 책임 물을것”, 與 “황교안 즉각 사퇴하라” 공세

동아일보

미래통합당이 총선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8일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사진)의 세월호 유가족 성적(性的) 비하 논란에 제명을 추진하기로 하고 당 지도부가 직접 사과한 것은 잇따른 막말 논란이 총선 막판 판세를 뒤흔드는 악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차 후보의 제명이 이뤄진다면 전날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말해 ‘노인 비하’ 논란을 부른 김대호 후보(서울 관악갑)에 이어 격전지인 수도권 지역구 후보 2명이 선거운동 도중 제명되게 된다.

차 후보의 발언은 6일 TV토론회 사전 녹화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후보와 주도권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후보가 “차 후보가 과거 세월호 유가족을 대상으로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 등 발언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차 후보가 일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성적 비하 표현을 쓰며 답변한 것. 차 후보는 지난해 5월에도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 한 사람이 다른 많은 후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빠르게 거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차 후보에 대한 즉각적 제명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이 “차 후보가 특정 언론 보도 내용을 얘기한 것인데 이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제명에 유보적 입장을 밝히면서 징계 여부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당헌당규상 제명 등 징계는 당 윤리위원회 결정 사안이고 임의조직인 선대위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내가 말한 대로 할 것이니 걱정 마라”며 “자기 스스로 무슨 말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면 되겠느냐”며 제명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차 후보 등 최근 잇따른 막말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개강한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정책 회견을 하려 했는데 이에 앞서 막말 논란 사과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도 이날 밤 유튜브 방송에서 “어제 오늘 많은 국민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잘못된 발언에 대해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직접 사과했다. 이어 “특히 차 후보의 발언은 어떤 설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매우 부적절하고 그릇된 인식”이라며 “마음의 고통을 느끼셨을 당사자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황 대표는 방송 전 서울 종로 유세 현장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할 거 같다”며 “가급적 신속하고 단호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11시에 최고위원들을 소집해 김 후보 제명 의결과 차 후보의 제명 방안 등을 논의했다.

통합당이 잇따라 초유의 총선 후보 제명 추진과 지도부 ‘릴레이 사과’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막말 논란이 열세인 수도권 판세에 결정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번 총선이 세월호 추모일(16일) 하루 전에 열리는데 차 후보의 발언은 전국적으로 민심을 뒤흔들 수 있는 핵폭탄급 발언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차 후보의 악의적이고 의도된 모욕, 조작된 허위 사실에 대해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차 후보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도 않고 또다시 막말 프레임을 씌워서 매도하고 있다”며 “기사에서 본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을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통합당의 제명 추진을 ‘꼬리 자르기’라며 “차 후보를 공천한 황 대표가 국민께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정의당 김종철 선대위 대변인은 “극우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매우 전략적으로 의도된 막말”이라고 했다.

조동주 djc@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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