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전 소장 "정경심이 부탁해 딸 인턴십 확인서 그냥 써줘"

이광렬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부탁을 받고 정 교수 딸의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줬다고 법정에서 진술했습니다.

이 전 소장은 오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심리로 진행된 정 교수의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내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개인적인 서한을 써줬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전 소장은 정 교수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2012년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딸이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장을 지낸 정병화 교수의 연구실에 인턴으로 일할 수 있도록 소개했습니다.

이후 정 교수의 딸이 이틀만 근무했음에도 3주간 근무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이메일로 발급해줬습니다.

이 확인서는 정 교수 딸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됐습니다.

이 전 소장은 정병화 교수로부터 인턴십 확인서를 작성해주겠다는 승낙을 받거나 내용을 확인받지 않았다며 "정경심이 부탁해서 그냥 써준 것 같다. 제 친구이기도 하고 믿을만하다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오늘 제시한 이메일에 따르면 정 교수는 '(딸이) 인턴십을 약 2주 내지 3주 정도 진행하다 팀 내 타실험실조에서 야기된 분란으로 중도 하차하게 됐다…여러가지로 감사!'라는 내용의 글을 이 전 소장에게 보냈습니다.

이 전 소장은 또 정 교수가 검찰 조사 당시 '이 전 소장의 실수로 잘못된 인턴 확인서가 발급됐다'고 한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며 자신이 보낸 인턴십 확인서를 정 교수가 수정할 수 있도록 허락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전 소장은 "(정 교수의) 얘기를 믿고 3주라고 써줬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결국 그렇게 (속았다고) 느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정 교수가 자신의 허락 없이 확인서를 수정한 것을 두고 "괘씸하다고 생각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말한 것 또한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 전 소장은 "정 교수 딸에게 써준 확인서는 공식 증명서가 아니라 개인적 서한에 불과하다"며 "추천서, 혹은 레퍼런스 레터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 측은 정 교수의 딸이 KIST 내부 분란으로 나오지 말라고 해서 나가지 않은 기간과 공식적으로 사전에 양해를 받아 케냐에 다녀온 기간이 연수 기간에 포함되는 만큼 3주로 적힌 인턴십 확인서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박모 씨에 대한 증인 신문도 진행됐습니다.

박씨는 "일반 행정 부서에서는 (총장 직인) 스캔 파일을 쓰지 않고 항상 도장을 찍는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어 정 교수가 통화 중 상장에 도장을 찍을 때 쓰이는 인주에 관해 물어 '루주처럼 묻는 것'이라고 하자 정 교수가 '이상하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반대 신문에서 졸업장 등에 쓰이는 총장 직인용 디지털 파일이 존재한다"고 반박했고, 박 씨도 "졸업장에 대해서는 (디지털 직인이 찍혔다는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고 수긍했습니다.

재판부는 오늘 정 교수가 각각 기소된 두 사건을 병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장관의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21부에서 심리 중인 정 교수 관련 부분을 떼어내 기존에 정 교수 사건을 심리해온 형사합의25-2부로 넘겨 병합할지를 검토한 결과 그렇게 하지 않기로 확정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한때 분리·병합을 검토했던 정 교수 사건 일부가 형사합의21부에 그대로 남게 되면서 조 전 장관 부부는 같은 법정에 피고인으로 나와 함께 재판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 교수 변호인은 "당사자가 원치 않아서 병합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종진 기자(be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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