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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채널A기자-검사장 유착 의혹' 감찰 두고 규정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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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부장, 윤석열 재가 없이 '감찰 개시' 통보만 하면 가능

총장 예외적으로 중단 권한…감찰위 의무회부 여부도 논란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20일 오후 광주 동구 산수동 광주지방·고등검찰청을 찾아 청사에 들어서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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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채널A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현직 검사장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절차 위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규정상 절차 위반이 아니더라도 총장의 반대의견에 외부 개방직 인사인 감찰부장이 감찰을 밀어붙이는 건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54·24기)은 전날 하루 휴가 낸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감찰에 착수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윤 총장은 대검 참모를 통해 "녹취록 전문 내용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며 그 이후 감찰여부를 결정하자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규정을 보면 한 부장은 윤 총장의 재가 없이 '감찰 개시' 통보만으로 감찰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비공개 규정인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 규정'은 감찰부장의 직무독립을 규정한다. 해당 규정 제4조1항은 감찰부장이 감찰 개시사실과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다만 같은 조 2항이 '총장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범위 벗어날 때 시정 명령하거나 직무 중단시킬 수 있다'고 해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윤 총장이 감찰부장에게 전한 감찰 반대의견이 감찰부장의 감찰개시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범위에 벗어난다고 판단해 직무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중요 감찰사건에 대해 대검 감찰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도 논란이다. 대검 감찰위원회 운영규정 제2조는 위원회가 중요 감찰사건의 감찰개시와 조사결과 및 징계청구 등 그 조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검찰총장에게 제시,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 중요 감찰사건은 Δ검사 또는 사무관 이상 검찰청 직원에 대한 비위사건 Δ의원면직을 신청한 검찰청 공무원이 의원면직 제한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사건 Δ그 밖의 사회적 이목을 끄는 검찰청 공무원에 대한 비위사건 중 검찰총장이나 위원장이 심의대상으로 지정한 비위사건 등이다.

유착 의혹을 검사 비위사건으로 본다면 해당 규정상 감찰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요 감찰사건 조사결과와 징계청구가 아닌 개시 사항 때문에 감찰위 심의가 열린 전례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감찰위를 감찰 개시 심의로 매번 소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한 두달에 한 번씩 여러 건의 조사 결과를 모아서 최종 심의만 해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규정상 감찰위를 거쳐야 하는 건 맞지만, 이번 사건만 해당 절차를 위반한 특이한 사례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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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회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고발장을 들고 민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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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위반 여부를 떠나 한 부장이 일방적으로 감찰을 개시하겠다고 문자로 '통보'한 게 부적절했다는 내부 기류도 있다. 규정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감찰개시를 총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는 게 통상적 절차라는 얘기다.

판사 출신인 한 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사임 직전 독자적으로 결정한 인선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감찰 활성화'를 개혁 추진 일환으로 추진했었다.

한 현직 검사는 "한 부장이 보고가 아니라 문자로 '통보'한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보고했으니까 되지 않냐'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감찰을 한다는 건 징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의혹의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채널A 기자와 강압취재 배경으로 지목된 해당 검사장 MBC 보도에 등장한 녹취록이 해당 검사장과 통화한 내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MBC 보도에서도 채널A 기자와 이 검사장의 대화는 음성이 직접 등장하지 않았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해당 검사장이 본인이 아니라고 하고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사실관계 확인을 먼저 하지 않고 감찰을 한다는 건 특정인을 겨냥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검사는 "현직 검사장이 기자와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통화를 했다면 중대한 사안"이라며 "해당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MBC는 지난 달 31일 채널A 기자가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출신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대리인 지모씨와 접촉한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엔 채널A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 통화한 녹취록을 지씨에게 읽어주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알고 있으면 털어놓으라면서 취재에 협조하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2일 대검찰청에 관련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같은 날 대검은 구체적 근거 확보를 위해 MBC와 채널A에 녹음파일, 촬영물, 녹취록 등 관련자료를 제공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7일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의 현직 검사의 협박죄를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의혹은 검찰로도 넘어왔다. 대검 감찰이 진행된다면 감찰과 검찰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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