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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단독] 가격 44만원 거래시간 5분…'n번방' 성착취물 버젓이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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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으로 숨어들어간 ‘n번방’…수사망 따돌리는 ‘그놈들’ / 추적 어려운 채팅 프로그램 이용 / 45만원 주고 5분 만에 거래 성사 / 피해자 신상정보 글도 다수 올려 / “텔레그램 쓰면 바보” 조언하기도 / 전문가 “음지화 적극 막아야” 강조 / 경찰 “추적 가능… 엄정 대응할 것”

세계일보

“’박사방’ 자료와 ‘n번방’ 자료 합쳐서 7모네로에 팝니다. 원래 12모네로에 팔리던 자료들인데 떨이로 싸게 드립니다. 재판매하셔도 됩니다.”

지난 7일 세계일보 취재진이 전문가 협조하에 인터넷의 지하세계인 ‘다크웹’ 내 채팅 프로그램인 ‘리코쳇’에 접속해 보니, 이곳에서는 디지털 성범죄가 여전히 성행 중이었다.

세계일보

텔레그램 성착취물 판매글을 올린 판매자의 리코쳇 주소를 ‘친구 추가’하고 메시지를 보내자 수분 만에 답이 왔다. 박사방과 n번방 자료를 합쳐 7모네로에 판다던 그는 몇번의 흥정 끝에 6.5모네로를 제시했다. 가상화폐인 모네로의 시가는 1모네로당 약 6만9000원으로 판매자가 제시한 6.5모네로는 44만8500원에 해당한다.

다크웹은 특수한 브라우저를 이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고 고도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인터넷 웹이다. 리코쳇은 다크웹 내에서 한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채팅 프로그램으로 수사 인력이 집중된 텔레그램을 대신해 성착취물 공유 혹은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8일 본지 취재 결과 다크웹 내 최대 한국인 커뮤니티인 ‘코챈’은 성착취물의 홍보·유통 경로로 쓰이고 있었다. 코챈 게시판에 리코쳇 친구 추가 주소를 올려 일대일 대화방으로 유도한 뒤 그곳에서 거래를 진행하는 수법이 주로 쓰였다.

전날 코챈을 통해 알게 된 세 명의 판매자에게 보낸 메시지에 두 명이 답을 보내 왔다. 이들은 이미지 파일을 올릴 수 없는 리코쳇을 대신해 텔레그램이나 ‘구글 드라이브’로 자신이 가진 자료의 진위를 인증할 사진과 동영상을 보냈다.

보내준 샘플 사진과 영상에는 n번방과 박사방에서 공유된 것으로 보이는 성착취물의 썸네일(대표 이미지)과 피해자들의 주민등록증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알려주며 입금을 완료하면 곧장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알려왔다. 거래 성사에 걸린 시간은 단 5분이었다.

이처럼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에 대한 수사가 한창인 현시점에서도 다크웹 이용자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버젓이 관련 영상을 판매하거나 구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이용자는 ‘텔레그램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데 성착취물 거래에 텔레그램을 쓰는 사람은 바보’라며 리코쳇 등 더 안전한 메신저를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성착취물 거래글뿐 아니라 텔레그램 성범죄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와 사진 역시 공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코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피해자들의 주민등록증 사진과 나체 사진 등을 올리고 모욕적인 댓글을 달며 이를 흥밋거리로 소비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 성범죄 단속이 강화됐다고 해서 관련 범죄자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숨어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추적이 보다 어려운 곳을 찾아 다크웹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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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성착취 범죄가 음지화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수사기관이 적극적이고 끈질긴 수사로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숨어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점점 좁혀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각 지방청 사이버테러수사대를 책임 수사 부서로 지정해 다크웹상의 성착취물 거래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다크웹이라고 해서 추적이 불가한 것이 아니다. 경찰에서도 강한 의지를 갖고 수사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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