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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fn팩트체크] 황교안 "하루 8000명 실업" 정부탓... 타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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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구 대비 주요국 실업률 분석
한국 3월 실업급여 청구 0.003% 수준
북미·유럽 주요국 대부분 한국보다 심각


파이낸셜뉴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8일 오후 2시 서울 부암동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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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하루 8000명 실업, 참지 말아야” 공세에, 코로나19 국면에서 선방 중인 한국 상황이 도리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등 주요국 실업자가 한국에 비해 현저히 많기 때문이다.

8일 오후 2시 서울 부암동주민센터 앞에서 유세에 나선 황 대표는 전날 나온 중앙일보 기사를 빌려 문재인 정부를 격렬히 비판했다. 황 대표는 “2일 하루 동안에만 7942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며 임직원이 6000명 안팎인 아모레퍼시픽, 5300명인 SK텔레콤과 비교해 “하루아침에 한 회사가 날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7일 나온 중앙일보 기사 논조와 그대로 들어맞는다. 2일 하루 7942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는 사실부터, 아모레퍼시픽과 SK텔레콤 등과의 비교, 대기업 하나가 사라진다는 표현 등이 모두 이 기사에서 비롯됐다.

황 대표는 이 기사에서 언급된 현황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 나아가 민주노총에까지 비판의 화살을 겨눈다. ‘귀족노조’ 민주노총 비호가 한국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황 대표가 처음 놓은 돌인 대규모 실업사태가 해외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 아니란 사실에 비판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새어나온다. 3월 한 달 동안 실업급여를 신청한 19만명은 인구 대비 0.003%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확연히 적은 수치란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1000만건에 달한다. 계산해보면 인구 대비 0.06%에 달한다. 2주 만에 한국 한 달 실업급여 청구건수의 20배에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실업률 그래프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로 미국 실업률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해 연 13% 정도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캐나다는 지난달 16일 이후 2주 간 213만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인구대비 0.56%로, 미국보다는 낫지만 심각한 수준이다.

대서양을 가로질러 유럽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프랑스는 지난달 중순 이후 월말까지 무려 400만명이 새로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인구 대비 0.06%로 미국과 비슷한 수치다.

영국은 지난달 16일 이후 2주 동안 실업수당에 해당하는 ‘유니버셜 크레디트’ 신청이 100만건에 달했다. 인구 대비 0.01% 수준으로, 역시 2주만에 한국 한 달치의 3배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유럽 주요국 가운데 실업률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던 스페인은 지난달 신규 실업자가 83만4000명을 기록했다. 인구 대비 0.017%다.

이 같은 상황으로 볼 때 한국의 실업률 증가세는 역대 최고수준이긴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 놓인 주요국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다. 현 정부의 실정으로 실업이 폭증했다는 주장에 심각한 논리 결함이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하루 8000명 실업’으로 시작해 ‘민주노총’까지 비판을 이어간 제1야당 대표의 주장이 빈축을 사는 이유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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