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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장기전 된 코로나…교사도, 엄마도, 애도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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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MT리포트]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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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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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초등학교 3학년 딸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7살 아들을 둔 맞벌이 엄마 박모씨(43)는 아이들 돌봄이 쉽지 않다. 그나마 친정 어머니가 애들을 보고 있지만 개학 연기가 장기화되면서 피로도가 쌓이고, 학업까지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늦어지면서 일과 가정을 동시에 꾸려야 하는 학부모는 물론 교사, 학생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전업 주부인 김모씨(36)는 "집에서 쉬고 있는 아이들의 학업을 챙기는 것도 어려운데 집안일까지 챙기다보니 진이 빠진다"며 '집콕'(집에만 콕 박혀 있는)의 피로감을 토로했다.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겐 코로나19 충격은 당장 생계 위협으로 다가온다.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아이들의 경우 매일 집에서 밥을 챙길수 없어 끼니 걱정까지 해야 하는 처지다. 급식을 제공하던 학교가 개학을 미루면서 집에 남은 아이들은 부실한 식단으로 배를 채워야 한다.

스스로 학습을 제대로 챙길 여유가 없는 경우도 대부분이어서 추후 발생할 학습격차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학교마다 천차만별 교육격차 불가피...학부모들 '불안감'과 '피로도'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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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대여 스마트기기를 전달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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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재택 근무를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집에서 함께 돌볼 수 있지만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 등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맞벌이 부모나 한부모 가정은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옆에서 지도하는 것도, 끼니를 챙겨주기도 어렵다. 어쩔 수 없이 돌봄 휴가를 내고 아이들을 돌보는 직장인들도 늘어난다.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지출도 커져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더라도 용돈을 드려야 한다.

맞벌이 부부인 이모씨는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남편과 상의해서 번갈아 가면서 육아 휴직을 내기로 했다"며 "당분간 아이들을 위해서는 일을 희생해야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습 공백도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자녀들에게 학습을 시킬 여력이 사실상 없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역아동센터들이 문을 닫고 좁은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동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커진 탓이다. 일부 구호단체들이 운영하는 상담기관에는 갈등을 호소하거나 재난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아이들의 사례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학교별 준비도 원격수업에 대한 준비도 천차만별이다. 스마트기기가 있어도 가정 상황에 따라 학습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서울 서대문구 한 사립초등학교는 이미 3월 초 개학 연기 때부터 다양한 경로(앱, 자체 동영상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숙제 및 학업 진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학업 공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 2명(초4, 초1)을 둔 김모씨(46)는 "3월 개강시기부터 학교 등교 때보다 더 많을 정도로 과제를 제공했고, 꾸준히 수업이 진행됐다"면서 "온라인 개강이 본격화 되면서 원어민 화상 수업이나 과목별 강의가 추가될 뿐이지 학업공백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종로구에 있는 공립초에 다니는 자녀를 둔 노모씨(46)는 "딸을 학원에 보낼 수도 없기 때문에 외부 교육을 최소화하면서 집에서 자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학교에서 EBS수업을 들으라고 권장은 했지만 강제성도 없고, 과제를 내준다거나 하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업주부인 노씨가 딸의 학업 공백을 함께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 사는 '직장맘' 박모씨(42)는 "하루종일 회사를 가는데 아이들에 달라 붙어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소위 엄마찬스를 쓰고 있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원격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피로감도 크다. 서울에 한 중등학교 교사 이모(42)씨는 "개학 연기도 좋고, 원격수업도 좋은데 미리 연기할 가능성을 고려해 준비를 시켰어야 했는데 급하게 원격수업을 하라는 지침을 내리다보니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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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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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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