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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코로나로 어려워진 서민, 대출앱으로 안전하게 돕습니다"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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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 지난 1월 통합앱 출시 다운로드 12만건 / 비대면 채널 통해 5만7500건 금융 지원 / 1분기 전통시장 소액대출 전년比 32%↑ / 매출 감소 상인 6개월간 원금상환 유예 / 취준생·사회초년생용 햇살론 ‘유스’ 등 / 지역밀착형 서민금융 지원체계 구축해 / 도움 필요한 분 위해 ARS시스템 개편 / 아프면 병원 찾듯 편하게 찾아 주세요

“병에 걸리면 빨리 병원에 가는 게 좋듯이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신속하게 저희를 찾는 게 좋습니다. 저희가 존재하는 이유는 힘들 때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드리기 위해서죠.”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5층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사가 안 되거나 실직해 금융채무불이행자 등이 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맘 편하게 찾아와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일보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이 6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 사무실에서 서민들을 위한 정책금융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서민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전통시장상인 등 저신용 취약계층은 돈줄이 말라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은 이들을 위해 지원사업 약정을 체결한 전국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1개 점포당 최대 1000만원을 연 4.5% 금리로 빌려준다. 올해 1분기에만 전통시장 소액대출을 통해 1913명이 144억40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전년 동기(109억4000만원)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서금원은 코로나19로 매출이 15% 이상 감소한 전통시장 상인 등을 대상으로 최장 6개월의 원금 상환유예도 한다.

이 원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서민들이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애로사항이 뭔지 알려면 현장을 찾아 듣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에는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호소를 경청했다. 신용이 낮은 상인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 여전히 금융권 이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취임 후 전국 각지의 32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와 19개 전통시장을 찾아가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며 “센터에 오신 분들을 상담하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현장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기획재정부에서 국방예산과장으로 일할 때 현장을 자주 갔다. 국방예산이 간부 위주로 편성되는 경향이 있어서였다. 병사들에게 뭐가 어렵냐고 물어보니 ‘겨울에 제설작업을 하고 나면 군화가 눈에 젖는데 잘 마르지 않아 동상에 걸린다”는 거였다. 사병들에게 필요한 군화건조기 구입 비용을 예산에 반영시키도록 했다. 식판 기름기가 잘 제거되지 않아 식기세척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식기세척기는 고가여서 시범사업으로 해보도록 도왔다. 간부들은 이런 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 예산안을 받아보면 계급 높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 위주로 짜여 있어 현장에 가지 않으면 사병의 고충은 모른다. 지금도 현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세계일보

―현장에 가보고 느낀 점은.

“현장에서 만난 분들은 하나같이 채무를 끝까지 책임지고자 하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성실한 분들이었다. 상담 도중에 펑펑 우시는 분들도 꽤 있다. 이야기를 들어만 줘도 고맙다고들 하신다. 60세가량의 여성분은 횟집을 운영하다 손을 다쳐 일하지 못해 연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 이런 분들이 우리 센터를 찾아올 수 있게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센터 방문 인원이 전년 대비 31% 늘었다.”

―최근 여러 애플리케이션(앱) 출시했다는데 성과는.

“지난 1월23일 서금원 통합 앱과 맞춤대출 앱을 내놨다. 지난 4일 기준으로 누적 다운로드 수 11만9379건을 달성했다. 앱을 통해서 자신의 현 상태를 확인하고 대출신청도 할 수 있게 했다. 요즘같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을 때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하니 효과적이다. 1월과 2월 중 비대면 채널을 통한 서민금융 지원 규모는 5만7500건이다. 2018년 동기간의 3배 수준이다.”

세계일보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추진한 일은.

“서금원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상담이나 대출 등을 쉽고 간편하게 받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저마다 사연이 복잡·다양하고 바쁘게 사는 상인 등에게 ‘1397 서민금융콜센터’의 자동응답서비스(ARS)는 상담에 걸림돌이다. 상담사를 늘려 직접 상담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랬더니 지난해 1397 고객상담 응대콜이 전년 대비 54.8%나 늘었다. 전화상담할 때 개인정보 동의 구하는 것도 1분30초 동안 상담사가 일일이 읽어주던 방식에서 휴대전화 장문서비스(LMS) 인증 방식으로 변경했다. 덕분에 개인정보 동의시간이 10초로 단축돼 업무 효율성과 소비자 만족도가 매우 증가했다.”

―저신용 취약계층에게 17.9%로 돈을 빌려주는 햇살론17 효과는.

“햇살론17이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20% 이상 고금리대출 신규 이용자가 187만명이었는데 2018년(267만명)보다 80만명 감소했다. 그 이유는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7~10등급 저신용자 대출금리를 20%대에서 19%대로 낮췄기 때문이다. 19%대 대출이용자가 지난 한 해 동안 57만명 증가했다. 이게 햇살론17의 금리(17.9%) 효과다.”

―햇살론17 제외한 정책서민금융상품 간단히 소개해 준다면.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취업준비생·사회초년생·대학생을 위한 햇살론 유스(youth) 상품도 있다. 최대 1200만원을 연 3.6∼4.5% 금리로 빌려준다. 근로자가 생계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제공해 주는 근로자 햇살론, 영세자영업자에게 창업 및 운영자금을 대출해 주는 미소금융도 대표 상품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서민금융 상품플랫폼’을 서금원 홈페이지에 오픈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 민간금융회사 등 총 66개 기관의 324개 상품정보를 제공하며 오는 20일 정식 오픈한다.”

―대출, 상담만 해주는 게 아니라 이들을 필요한 기관에 연결도 해준다는데.

“서금원은 병원 같은 곳이다. 1397로 연락하면 우리가 맞춤형으로 필요한 곳을 다 소개해 준다. 지역밀착형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거다. 채무조정이 최우선 순위인 분이 있고, 서금원 대신 다른 기관에서 더 좋은 조건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분들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인데 잘 모르는 분이 있어 등록을 해준 적도 있다.”

세계일보

―채무조정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물론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용회복위원회가 1인당 탕감해 주는 채무원금 평균이 3000만원에서 4000만원 정도다. 이분들이 이 돈 안 갚으려고 추심에 시달리고, 가족에게 오는 독촉 전화를 견디겠는가. 그렇지 않다. 100명 중 99명은 정말 악착같이 갚는다.”

―금융교육을 중요시하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취임 후 대학교 16곳에서 강의를 하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이 금융을 너무 모른다는 거다. 휴대폰을 본인 명의로 하나 개통하면 100만원을 빌려주는 방식의 불법대출이 있었다. 불법업자들은 피해자가 본인 명의로 휴대폰 5개 개통하도록 한 다음 200만원은 선이자로 가져갔다. 대출금 500만원 중 200만원을 떼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신용불량자가 되면 사회를 향한 불신이 생기고 이게 극단적 선택의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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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은.

“햇살론17 비대면 서비스 오픈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기도록 시중은행들과 협의하고 햇살론17 홍보를 강화할 것이다. 신한, 우리, 전북, 농협, 광주은행 모바일 앱에서는 이미 햇살론17을 이용할 수 있다. 상반기 중 하나은행, 카카오뱅크 앱에서도 햇살론17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 지역별 맞춤형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37개 지역협의체도 운영하고 있는데 홍보활동을 강화한다. 서민금융지원제도를 공유하고, 기관별로 연계하는 상시채널을 운영함으로써 서민들이 지역자치단체, 지역금융회사, 자활센터 중 한곳만 방문해도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받는 데 문제없도록 하겠다.”

대담=박찬준 경제부장, 정리=이희진 기자

이계문 진흥원장은…

●경기 가평 출생(1960) ●조종고, 동국대 산업공학과 ●서울대 정책대학원 석사 ●행정고시 34회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사무관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담당관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기획재정부 대변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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