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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달러 가뭄 해갈됐나'…한은 달러대출 입찰 잇따라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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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예측한 수요보다 넉넉하게 달러 공급"

시장 "달러경색, 극적이었던 3월보다 완화"

일각에선 "원활한 은행 중개기능 긴요" 지적

이데일리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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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혜미 원다연 기자] 한국은행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두번째로 실시한 미 달러대출 경쟁입찰 규모가 2회 연속 입찰예정액에 미달했다. 시장에서는 3월 중순에 비해 달러 경색이 상당부분 해소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은행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와의 통화스왑 자금을 활용한 2차 외화대출 경쟁입찰을 실시한 결과 총 44억1500만달러(84일물 41억4000만달러, 8일물 2억7500만달러)를 응찰해 전액 낙찰했다고 밝혔다. 평균 낙찰금리는 84일물 0.5323%, 8일물 0.4819%이며 자금은 오는 9일 공급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3월19일 미 연준과 6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달 31일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첫 경쟁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한은은 120억달러를 입찰에 부쳤으나 실제 응찰규모는 84일물 79억2000만달러, 7일물 8억달러 등 총 87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2차 경쟁입찰 예정액 역시 84일물 70억달러, 8일물 15억달러 등 총 85억달러 규모였으나 44억1500만달러만 응찰한 것이다.

한은은 당초 응찰규모가 예정액에 못미칠 것을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실수요에 맞춰 넉넉하게 달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었고, 실제로도 수요 모니터링에 기반해 넉넉히 공급했다는 것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다음 번에도 시장 규모를 모니터링해서 그보다 넉넉한 수준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통화스와프 자금 입찰에서 연이어 예정액보다 응찰규모가 낮았던 것은 달러 경색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 3월 중순께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나타나면서 전세계적으로 달러 확보 열풍이 일었지만 연준과 한은이 시장 안정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위기감이 일부 완화됐다는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지난 3월9일부터 20일까지 나타났던 극심한 달러 경색 문제가 많이 해소됐다”며 “연준이 통화스와프나 은행 자본규제 완화 등 유동성 경색 완화정책을 계속 내놓으면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 자금 입찰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준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유럽·캐나다·영국·일본·스위스 등 먼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던 5개국은 물론 추가로 계약을 맺은 한국 등 9개국 모두 이번 달 들어 전반적으로 응찰률이 낮다는 것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먼저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5개 중앙은행은 매일 달러대출 경쟁입찰을 실시하고, 나머지 9개국은 일정을 공지하는 방식인데 대부분 4월 들어 응찰률이 상당히 낮다. 심한 경우는 아예 제로(0)인 경우도 있다”며 “3월 중하순에 비해 달러수요가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가 필요한 곳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120% 이상으로, 당국이 요구하는 80%보다 높은 수준인 만큼 달러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들이 달러를 일정부분 이상으로 비축하고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달러 대출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들의 경우에는 응찰했다가 혹시라도 달러 부족을 겪는 은행으로 찍힐까봐 응찰을 안할 수도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체질개선이 이뤄져 그때만큼 심각하지 않은데, 정작 필요한 민간에 달러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은의 통화스와프 자금 경쟁입찰이 2회 연속 낮은 응찰률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감으로 달러 공급경색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통화스와프 자금 경쟁입찰을 지속해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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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월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9일 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양자 간 600억 달러(77조원)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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