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北 김정일 '가게무샤' 역할 남북회담 산증인 김달술씨 별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노컷뉴스

고 김달술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사진=연합뉴스)


"DJ 빨갱이 아닌데! 김정일에게 절대로 밀리지 않겠어요.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겠어요"(고 김달술 전 통일부 상임연구위원)

남북회담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달술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이 7일 오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고인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모의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가게무샤(影武者·대역)'로 나섰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당시 김용순 대남담당비서 역할을 했다.

고인과 정세현 수석부의장이 각각 김정일과 김용순으로 분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곤란한 질문들을 던지고 실제 답변을 하게 함으로써 이른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대하는 방법'을 습득시키는 '모의회담'이였다.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을 9일 앞두고 6일 현충일 오후에 열린 모의 회담은 당초 2시간 예정으로 열렸으나 실제로는 4시간 넘게 회담이 진행했다.

"DJ 빨갱이 아닌데! 김정일에게 절대로 밀리지 않겠어요"라는 발언은 고인이 모의 회담을 마친 뒤 일성으로 정세현 부의장에게 한 말이다.

국가 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수용 등 북한이 문제를 삼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원고도 없이 3,40분씩 일장 연설을 하며 북측 주장의 맹점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고 한 말이다.

고인은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한 뒤 당시 중앙정보부에 들어가면서 남북문제에 관여했다. 중앙정보부 협의조정국장으로 재직하면서 1972~1978년 남북적십자회담 대표 겸 남북회담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남북회담사무국이 통일원으로 이관된 뒤 중앙정보부를 나와 통일원에서 상임연구위원을 지냈다.

고인은 남북정상회담 모의회담을 준비하면서 북한 신문과 텔레비전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하고 똑같이 연기하는 훈련을 했을 뿐 아니라 각종 남북 간 현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연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정치인 김대중에게 이른바 '빨갱이' 딱지를 붙인 데가 중앙정보부이고, 또 중정 출신들은 아무래도 그런 편견이 있었다"며, "모의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으로 분한 김 위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일일이 논리적 맹점을 지적하며 북측 얘기가 틀렸다고 받아치니까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고인이 1980년대 남북대화사무국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1970년대 남북대화 경험을 통일원, 통일부 후배들에게 알려주시느라 애썼고, 후배들이 실제 많이 배웠다"며, "남북 대화의 산증인"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박영순씨와 김훈(강원대 교수)·김엽·김국경씨 등 2남 1녀, 사위 박용일(플러스허브 대표)씨, 며느리 서영주(강원도 여성특별보좌관)·김성란씨가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2호실에 마련했지만, 유족들은 "조문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발인은 9일 오전 8시.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