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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부·산은이 '유동성 위기' 쌍용차를 지원 않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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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이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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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여파로 중국내 자동차 부품생산 공장이 잠정 휴업에 들어가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비상이 걸린 가운데 4일 오후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한편 정부는 국내 완성차업계의 이 같은 상황을 '비상사태'라고 판단,외교채널을 통해 정식으로 중국 부품공장 가동을 요청할 방침이다. 2020.02.04. semail3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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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자금지원 계획 철회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가 결국 정부에 ‘SOS’를 보냈다. 하지만 정작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반응은 시큰둥하다. 쌍용차를 지원할 ‘실익’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28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09년 평택공장 노조 봉쇄 사태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게 회사 전략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판로가 막혔다. 대안인 내수시장도 신차 부재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쌍용차는 자금 압박과 실적 부진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 "정부·금융권에 지원 요청"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6일 발표한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에서 “회사는 노동조합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요청을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마힌드라그룹은 2022년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쌍용차를 흑자 전환하겠다며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마힌드라그룹이 2300억원을 내고,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1000억원을 마련할 테니 정부 및 산업은행이 나머지 1700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마힌드라그룹 역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지난 3일 특별 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을 철회했다. 다만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단기 유동성 위기 극복과 사업운영의 연속성을 위해 앞으로 3개월간 400억원은 지원하기로 했다.

예 사장은 “회사는 지금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비상시국에 직면해 있다”면서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사로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현재의 위기 상황이 도래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마힌드라 그룹의 자금 지원 철회가 직원 입장에서 굉장히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대주주의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계획이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판매부진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예상된다. 올 1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다 현재 산업은행 대출 1900억원을 포함해 차입금은 4000억원을 넘는다. 당장 올해 7월 산업은행 차입금 9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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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산업은행은 시큰둥… "명분없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은행은 쌍용차 지원 가능성에 대해 시큰둥하다. 정부 관계자는 “쌍용차와 한국GM 문제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한국GM 사태 때와 같은) 자금 투입 계획이 현재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은 연구개발(R&D)이라든지, 인력·고용 지원 같은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 안에서만 가능하다”며 “(쌍용차에 대한) 지분 투자나 자금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산은이 이처럼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배경은 WTO(세계무역기구) 보조금협정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들린다. 앞서 정부와 산은은 2018년 4월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한국GM에 81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산은이 한국GM 2대 주주로서 주주책임 차원에서 지원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GM 자금 지원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주주인 산은이 나선 것”이라며 “쌍용차의 경우 산은이 주주가 아닌 주채권은행인데 지원에 나선다면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을 금지한 통상 협정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쌍용차 경영상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한국GM 때와 다르다. 쌍용차는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도 제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쌍용차는 단기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며 “손실을 내고 있지만 연간 13만대 볼륨을 갖고 있어 빚을 갚으며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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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 누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회생 방안 논의를 위해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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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과 '결' 다르다… "자금 지원 불가"

하지만 쌍용차 경영상황은 곪을대로 곪아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2819억원을 냈다. 적자폭이 2018년(-642억원)과 비교해 4배 이상 커졌다.

3년 연속 적자인데 누적 적자폭만 4113억원에 달한다. 쌍용차는 이에 대해 “배기가스 규제 강화에 따른 원가상승과 판매경쟁 심화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로 실적이 나빠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뚜렷한 실적 개선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적 악화에 따른 자금난으로 신차 개발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판매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쌍용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티볼리 등을 앞세워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시장 점유율을 높였지만 신차 출시가 지연되면서 기아자동차 셀토스, 르노삼성차 XM3 등 후발주자에 시장을 내줬다.

수출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로 이 역시 여의치 않다. 현재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와 미국 포드 등 글로벌 브랜드와 공동개발 방식으로 신차를 완성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어 수출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유럽, 미국 등 주요 완성차 시장이 '셧다운'되면서 활로를 모색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4·15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쌍용차 지원에 나설 지 여부를 주목한다. 현재 쌍용차 직원 수는 약 5000명, 협력사를 포함한 고용인력은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쌍용차가 자력으로 정상화되긴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르노삼성 등 다른 외국계 완성차업체와의 형평성도 있어 실제 지원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호 기자 yhryu@mt.co.kr, 이건희 기자 kunhe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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