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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비례人터뷰]박창진 "이번 생은 폭망?…'땅콩회항' 이후 또다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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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비례 후보 6번,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낙담할 때 유일하게 손 잡아줬던 정의당과 노회찬"

"사회적 약자들의 세력화, 정치적 세력화 필요 판단"

"징벌적 요소 등 제도적 보완 없어…법제화 나서야"

"내가 살아남은 건 국민 공감…총선서도 작동 기대"

"갑질 119법, 재벌권력 통제법 등 '박창진 법' 추진"

뉴시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박창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06. kmx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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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지은 안채원 기자 = 2014년 일명 '땅콩회항' 사건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1996년 입사 3개월 만에 VIP를 의전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는 등 소위 '잘 나갔던' 대한항공 사무장은 재벌 일가의 갑질 폭로를 기점으로 '내부 고발자'의 숙명을 안게 됐다.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6번으로 4·15 총선에 출마한 박창진 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 이야기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기내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돌리고 내리게 한 갑질 피해자이기도 하다.

공익 제보자로서의 삶은 냉혹했다. 대한항공 측의 온갖 협박과 회유가 이어졌고, 같이 일했던 직원들은 하나둘씩 그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그에게 "이번 생은 '폭망'(폭삭 망하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재벌 기업에 맞서 싸우고 또 싸웠다. 2017년에는 정의당에 입당해 활동 반경을 넓혔다. 마침내 2019년 11월 2심 재판부는 "대한항공이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미흡한 법과 제도 때문이었다. 이것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으면 '제2의 땅콩회항' 사건이 또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나서기로 했다. '국회의원 박창진'이 되고자 한 결정적 이유다.

6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박 후보와 만나 땅콩회항 사건을 통해 그가 바라본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과 정치권의 문을 두드리게 된 계기, 21대 국회에서 이루고자 하는 포부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후보와의 인터뷰 요지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 갑질 근절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 중 2017년 정의당에 입당하게 된 계기는.

"당시 저는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구제를 요청하면 당연히 보호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개인과 민간기업 사이의 일은 국가에서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러 상황을 겪고 낙담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손을 잡아준 곳이 정의당이었다. 특히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신 분이 고(故) 노회찬 의원이었다. 그 한 마디에 이 상황을 바라보는 정의당의 시각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당은 아니지만 활동 영역을 어떻게 진행시켜나갈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현재 막강 재벌을 대변해주는 분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주는 곳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약자들 스스로 자각하고 세력화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다. 노동조합도 만들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 부분을 정치의 영역에서 풀 수 있겠다 생각했고 정치적 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뉴시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박창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06. kmx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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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당에 그치지 않고 비례대표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2심에서 승소하기 전까지 5년 넘게 대한항공 측이 계속 무죄였다. 그것을 보면서 사법부가 정하고 있는 법률은 국회의 일이고 국회는 시민을 대의하는 기관인데, '내가 대의 정치를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는 판·검사, SKY 출신만 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평범한 저도 가능하다고 깨달았다. 내 삶을 90% 이상 규정하고 있는 것이 정치의 영역인데 그동안 제가 눈 감고 있었던 것이다."

"고(故) 김용균씨 어머님이 1주기 때 하신 말씀이 있었다. 내 아들만 지킬 게 아니라 이웃과 그 주변을 지키려 했다면 내 아들은 지금 살아있었을 것이라고. 땅콩회항 사건 이후 저도 생각이 바뀌었다. 이전에도 대한항공에선 갑질이 많았다. 잘못된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했다면 땅콩회항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땅콩을 던지고 사람을 때리고 비행기를 돌리고 한 것이다."

"저는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저항으로서는 제일 크게 해 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더라. 제도적 보완이 없다는 것이었다. 왜 법이 허무하게 망가져버리는가. 징벌적 요소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정의로운 세력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해서 다양한 이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다른 도전을 박창진이 해보기로 했다. 땅콩회항 이후 내 삶에 도전이라는 명제가 주어졌다."

-비례대표 후보 6번을 받았다. 이전의 정의당 지지율이라면 당선 안정권이라고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의당의 낮은 지지율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회복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청년 비례대표 후보(1번 류호정)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참 많았다. 국민이 생각하는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청년들만 탓할 것인가 싶기도 하다. 청년들이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문을 잘 열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생 선배로서 저도 반성한다."

"다른 정당과 비교하면 정의당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분들이 정말 많다. 많은 후보를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해 현재 지지율은 저희가 목표한 것보다 상당히 낮지만 남은 기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는 우리 국민의 수준이 그렇게 낮지 않다는 것을 땅콩회항 사건 때 경험했다. 일부가 저를 보고 '이번 생은 폭망'이라고 했지만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다수의 국민이 공감해줬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혜로운 선택이 이번에도 분명히 작동할 것이라 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 추진과 그에 따른 비례대표 연합정당 불참 여파 등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여전히 그 결정은 잘 했다고 보는가.

"선거법 개편은 우리 정치에 있어 당면한 과제였다. 이미 거대 양당이 만든 병폐가 20대 국회에서 나왔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이 잘 추진한 일인데 그 과정에서 거대 양당의 힘에 의해 취지가 왜곡됐다. 비례 연합정당 참여도 당연히 우리가 안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칙을 지키는 게 맞기 때문이다. 이것은 편법을 떠나 국민을 속이는 정말 나쁜 범죄다. 초기 양당에 치중했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국민이 서서히 이를 인식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원칙을 지키길 잘했고, 앞으로도 원칙대로 할 것이다."

뉴시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박창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06. kmx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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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 입성할 경우 꼭 이루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공익 제보자 보호,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등 모든 것과 통합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긴급구제 119센터'(갑질 119법)를 꼭 만들고 싶다. 제가 6년간 싸우면서 어디에도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센터를 만들어서 피해자들에 대한 변호와 노무 등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공익 제보도 활성화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건전해질 수 있다."

"또 재벌권력 통제법을 입법화하고 싶다. 이를 통해 연기금이나 사외이사제 투명성이 확고해져 직장 내 민주화를 이루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저는 부드러워도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련되고 품격있는 정치, 박창진이 만들어보고 싶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에 변화가 있었다고 보나.

"우리 당 지역구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지역을 돌아다녔는데 '존경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았다. 이를 보면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욕 먹을까봐 안 가졌는데 이제는 사회 변화를 일으킨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다시 2014년으로 돌아간다면 그 때와 같은 결정을 했을까.

"저는 했을 것 같다. 다만 사회적 뒷받침이 안 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지금의 과제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부 고발을 하겠다고 하면 '고민해봐라' '나는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었다'고 이야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련 법을 통틀어 '박창진법'을 추진하고자 한다."

-대한항공을 떠난 이후 벌어진 대한항공 일가의 경영권 분쟁, 어떻게 봤나.

"안타까운 마음이다. 다만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조현아 씨가 소유와 경영은 분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어떤 면에서는 직장 내 민주주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근무환경은 예전처럼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건 없어졌다.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더라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장으로서 항공과 노동분야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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