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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팩플]이재명이 띄운 '군산 배달앱'···따져보니 무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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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정액제 중심 기존 광고 체제를 개편, 건당 정률(매출의 5.8%) 수수료제를 도입했다가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을 받자 6일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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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수수료 논란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통해 ‘공공 배달앱’으로 번졌다. 지자체가 세금을 써서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관제 앱’ 역사가 반복될 지 주목된다.



무슨 일이야?



· 음식 주문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1일 새로운 수수료 정책 도입했다가 소상공인협회 등으로부터 ‘사실상 수수료 인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여권의 비판이 쏟아지자 회사는 6일 공식 사과했다. (관련기사)

· 이 논쟁에 기름을 부은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 지사는 “독과점의 횡포”라며 “경기도가 공공앱을 개발하겠다”고 4일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군산시의 무료 배달 앱과 협력 논의도 마쳤다고 했다.

· 앞서 군산시는 관내 전용 배달 앱 ‘배달의 명수’를 지난달 출시했다. 사업 목적은 ‘지역자본 역외유출 방지’. 서울 광진구도 관내 음식점들이 수수료 없이 쓸 배달 앱 ‘광진나루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게 왜 중요해?



·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정부는 시장을 감시할 것인가, 시장에 개입할 것인가.

· '배달의 명수'처럼 지자체가 만든 ‘착한 무료 앱’은 사실 무료가 아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만들고 운영한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납세를 통해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특징.



무료라며?



· 군산시 '배달의 명수' 앱은 자영업자로부터 앱 이용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자영업자에겐 무료다.

· 그러나 세금이 드는 무료다. 군산시는 지난해 가을 공공 배달앱 사업을 시작했다. 배달앱 제작·홍보·운영 비용은 총 3억 7054만원(2019·2020 예산서). 군산 거주 시민 수로 나누면, 남녀노소 불문 1인당 1400원씩 부담하는 셈이다.

· 다른 지자체들도 나서고 있다. 광진구는 자체 배달 앱 ‘광진나루미’를 위해 올해 예산 5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앱 제작 비용 2억 5000만원, 운영 및 홍보 비용 2억5000만원이다. 광진구에 주민등록한 주민 수로 나누면 1인당 149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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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공공배달앱’ 얼마 들었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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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무료?



· 군산시는 올해 운영 및 홍보비로 2억 2000만원을 책정했다(2020년 1차 추경 예산). 공공 배달 앱에 매년 이만큼은 든다는 얘기다.

· 지난 2월 말 군산시의회도 이 점을 지적했다. 회의록을 보면, 시의원들은 “시는 앱만 깔면 될 거라 생각하지만 퀵 업체(배달)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더 문제”라고 했다.

· 군산시는 앱 배달의 명수를 이용해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소비자도 음식값을 10% 할인받는다고 홍보한다. 10% 할인금액은 시가 지불한다. 어차피 세금이다. 시는 올해 상품권 사업에 314억원을 쓴다(2020년 1차 추경 예산서).



이전엔 어땠나



· 지자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시장에 개입했다가 잘 풀린 사례는 드물다. 서울시가 ‘승차거부 해결사’로 홍보한 택시 앱 ‘지브로’(2018)·‘S택시’(2019) 모두 이용 저조로 중단됐다. 시가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해결사’로 내놓은 ‘제로페이’는 연간 홍보비만 98억원을 쓰지만, 이용 실적은 부진하다.

· 한 번 지원을 시작하면 중단하기도 어렵다. 성남시는 택시 콜센터(2011년~)와 호출 앱(2016년~) 설치 및 운영을 예산으로 지원한다. 카카오 택시 같은 민간 호출 앱에 밀려 이용 실적이 계속 줄었다. 성남시의회 감사에서도 예산 낭비로 지적받았다. 그러나 올해도 콜비 인센티브(7억원), 콜센터 운영비(14억원), 앱 통신비(2억원) 등 23억원이 책정됐다.

· 이렇게 한 지자체가 ‘공공 앱’을 만들면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군산의 공공배달 앱에 서울ㆍ대전ㆍ대구 등도 관심을 보이는 사례가 반복된다.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만든 앱의 성과를 따지는 이는 별로 없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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