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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핀란드·헝가리·英 ‘코로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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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재앙 대비 마스크난 없어 / 헝가리, 비상사태 무기 권력 강화 / 英, 격리 총리 증상 악화로 병원행

세계일보

영국 버컨헤드에 사는 한 가족이 5일(현지시간) 거실에 모여 TV로 생중계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특별 대국민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여왕은 “우리는 함께 감염병에 대응할 것이며, 우리가 확고하게 단결한다면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컨헤드=AFP연합뉴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각국 정부의 지도력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핀란드와 헝가리의 대조적 리더십이 눈길을 끈다.

핀란드 정부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재기 돌풍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주목받고 있다. 핀란드는 유럽 어떤 나라보다도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 장비, 농작물, 군수품 원자재 등의 비축량이 풍부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가 세계 각국을 덮치기 시작하자 핀란드 정부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비축해온 의료장비 공급라인에 처음으로 손을 댔다. 지금과 같은 위기에 대비해 국가적으로 준비해 온 비축품이 마침내 쓰임새를 찾은 셈이다.

2주 전에도 핀란드 사회보건부는 ‘비록 오래되었지만 충분히 기능하는’ 마스크 비축량을 전국의 병원 등으로 일제히 보내라고 지시했다. 마스크 공급 창고와 수량 등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보안에 부쳐진 채 관리되고 있다. 이 공급 시스템은 1950년대부터 전국 곳곳에 구축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 같은 대처의 배경에는 핀란드 특유의 ‘프레퍼(prepper) 정신’이 있다. 프레퍼는 재앙에 대비해 평소 철저히 대비하는 문화를 말한다.

반면 헝가리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권력남용 우려가 커지면서 코로나19 위기 속 정부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현지 의료진은 오르반 총리가 자신의 힘을 감염병 대응에 쓰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30일 국가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도록 정부 권한을 강화한 일명 ‘코로나19 방지법’을 제정했다. 비상사태하에서 정부 명령으로 새 법률을 만들거나 기존 법률의 효력을 없애는 등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을 문제 삼는 기자에게 최고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등의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세계일보

확진 판정을 받고 관저에서 격리 중이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3일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주말에 외출을 삼가고 집에 머무르라”고 당부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한편 코로나19에 감염돼 관저에서 격리 중이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5일 저녁 런던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열흘 넘도록 미열 등이 사라지지 않아 병원을 찾은 것이며 응급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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