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트럼프, 대재앙 경고하다 하루 만에 “터널 끝 보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낙관론 급선회에 美 비판 고조 / 6일 “1·2차 세계대전 때 규모” / 뉴욕주 사망자 감소하자 돌변 / 주지사 “일시적인 현상” 경계 / 전체 확진 33만… 사망 1만 육박 / 트럼프 “약물 클로로퀸 대량 비축” / 언론 “치료효과 근거 없어” 비판

세계일보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앞두고 미국 제약회사 ''애벗 래버러토리스''가 개발한 코로나19 5분 진단키트가 들어있는 상자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33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뉴욕주의 신규 사망자 증가 폭이 처음으로 감소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사망자 규모가 세계 1, 2차 대전 당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직접 경고한 지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오전 7시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33만7646명, 사망자는 9648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최대 감염지역인 뉴욕주는 확진자가 전날보다 1만명 가까이 늘어난 12만3160명이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594명이 증가한 4159명인데, 24시간을 기준으로 뉴욕주의 신규 사망자 규모는 처음 감소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사망자가 하루 전보다 630명 늘었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가운데) 부통령과 함께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도착하며 고개를 숙인 채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옆을 지나가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뉴욕주의 신규 사망자 숫자가 처음 감소한 것은 좋은 징조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 사망과 관련해 “미국은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끔찍한 지점에 이르겠지만 이는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하는 지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모두가 한 일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바로 전날(4일) 브리핑에서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다. 우리는 매우 참혹한 시기에 다가가고 있다”며 사망자 숫자를 1,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비유한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연방 정부가 2900만회 복용량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비축해 실험실과 군,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시애틀에 병상 200여개 설치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센추리링크 필드 이벤트센터에 마련된 한 야전병원에 200개 이상의 병상이 설치돼 있다. 이곳은 코로나19와 관계없는 환자만을 위한 치료 시설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시애틀=AP연합뉴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이를 뒷받침할 그 어떤 근거도 없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CNN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단독으로 사용하든, 혼합해 사용하든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메스꺼움, 설사, 구토, 피부 발진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AP는 트럼프 정부 보건 전문가들조차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사협회(AMA), 미국약사협회(APhA), 보건약사회(ASHP)는 지난달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치료제로 처방 없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클로로퀸, 아지트로마이신을 복용하지 말라고 권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CNN 기자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에 대한 의견을 묻자 “파우치가 답하길 원치 않는다”며 가로막기도 했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우리는 어떠한 논평이 가능할 정도로 명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선을 그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미질병통제예방센터(CDC) 권고에 따라 장병을 포함한 국방부 소속 직원들에게도 천 마스크 착용 지침을 내렸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국방부와 소속 기관 등의 직원들은 공공장소나 근무지에서 6피트(1.8m) 간격을 유지하기 어려울 경우 천으로 된 안면 가리개를 즉각 착용해야 한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