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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 사멸?… 보건당국 "인체효과 증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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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연구진 "세포배양 실험 결과 코로나 유전자 사라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임상결과 아냐… 연구단계 제언"

미국 머크사가 개발한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에 대해 방역당국이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선비즈

호주 모니쉬 대학 생의학발견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아 안전성이 입증된 구충제 이버멕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이내에 죽인다는 세포배양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구충제 이버멕틴.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6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호주 연구진이 이버멕틴이 48시간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세포배양 실험 결과를 내놓은 것과 관련해 "약제에 대한 연구단계의 제언이지 임상 검증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 유효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호주 모니쉬대 생의학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이버멕틴에 노출하자 48시간 안에 모든 유전 물질이 소멸했다"는 내용의 실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 연구'에 발표했다.

정 본부장은 "해당 논문을 검토했으나, 이버멕틴이 사람에게 투여해 효과를 검증한 게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정확한 용량,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무리가 있고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브리핑을 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양진영 차장은 "일반적으로 구충제의 경우 흡수율이 낮기에 치료제로 개발되려면 임상시험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다만 식약처도 (구충제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버멕틴이 어떤 기전을 통해 바이러스를 사멸하는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면서 "바이러스 자체를 억제하는 것인지 약물 자체가 독해서인지 등 시험관 실험만으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논할 수 없다.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효과성 입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이 실험결과는 아직까지 세포 배양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이고 사람에게 적용된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는 임상 실험을 통해서 이버멕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체에게 적용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용량을 투여해야 되는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특히 "말라리아 약도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자) 일부 시민들이 사재기로 구입했는데 이버멕틴은 그냥 단순히 우리가 타이레놀 복용하듯 먹는 약이 아니다"라면서 "실제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버멕틴은 1970년대 미국 머크사와 일본 기타사토 연구소가 공동 개발했다. 이버멕틴은 다양한 기생충을 구제하는 데 쓰는 구충제 성분으로, 이, 옴, 강변 실명증, 분선충증, 림프 사상충증 및 기타 기생충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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