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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름 감췄다는 조주빈,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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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性)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방’운영자 조주빈(25)의 구속기간 만료(13일)가 다가오면서 검찰 수사결과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최장 20일간 구속수사가 가능하다. 조씨는 지난달 25일 검찰에 송치됐기 때문에 13일까지 그를 구속기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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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단체 구성죄는 과거 조직폭력범죄에 주로 적용됐다/조선닷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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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등 12개 혐의로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추가로 적용할 혐의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죄’다.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한 경우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조항이다. 강력한 처벌로 조직폭력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만들었다. 예를 들어 ‘살인 집단’을 조직하거나 가담하면 실제 살인이 저질러지지 않더라도 살인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조씨 죄명 중 하나인 ‘아동·청소년 강간죄’를 목적으로 회원들이 결집했다고 인정되면 실제 강간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가담자들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조씨 등에 대한 엄벌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추미애 법부무장관은 “N번방 적극 관여자에 대해선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이 쉽지만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대법원은 ‘범죄단체’에 대해 “일정한 범죄를 범할 공동 목적하에 특정의 다수인으로 조직된 계속적인 결합체”라며 “단순히 다수인의 집합과 다르며, 최소한의 지휘·통솔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단체에서 인원이 증감되거나 우두머리가 바뀐 것만으로는 ‘새로’범죄단체를 조직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법리에 따라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 ‘파주 스포츠파’사건이다. 1993년 파주 금촌 일대 유흥주점을 장악하기 만들어진 폭력조직이다. “조직선배 말에는 절대 복종하고, 조직원이 구타당하면 즉시 보복한다”는 행동강령이 있었다. 복장은 통바지로, 머리는 스포츠형으로 통일하면서 위계질서를 위해 하급자들을 집합시켜 곡괭이로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4년 “기존 조직이 수사기관에 검거되는 등으로 와해돼 조직을 재건한 것일 뿐 별도 조직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범죄단체 조직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행동강령을 가진 단체가 새로 만들어졌으면 모르지만 인적 구성상 기존 조직의 재건에 불과하다면 별도의 범죄단체구성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최소한의 지휘·통솔체계’를 요구하기 때문에 4명이 도박개장을 공모했거나 소매치기를 공모하고 실행행위를 분담하기로 한 경우, 어음사기를 위해 전자제품 도매상을 경영한 경우 등에도 무죄가 선고됐다.

조주빈 사건의 경우에도 범죄단체 조직죄가 성립하려면 조씨와 박사방 참여자들 사이에 최소한의 지휘·통솔체계나 유기적인 조직체계가 인정돼야 한다. 이 부분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 내부에서도 “만만찮다”는 의견이 많다. 한 부장검사는 “박사방 참여 사실만으로 조직폭력배와 같은 지휘·통솔체계와 조직체계를 인정할지 의문”이라며 “검찰이 추가로 입증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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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조선닷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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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 측은 최근 이를 방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씨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사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그때 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켰다”며 “본명(本名)을 드러내지 않아 공범들과 실제로는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사방’에서 본명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박사라는 아이디가 곧 조주빈이다. 아이디가 곧 인터넷 세상의 본명이고 신분”이라며 “박사의 불법한 명령에 따랐다면 범죄단체조직죄에서 요구하는 명령체계와 통솔체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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