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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인구 대국’ 인도ㆍ브라질, 빈민가 중심 코로나19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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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세계 최대 규모의 빈민가가 밀집한 인도 뭄바이의 한 판자촌에서 3일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뭄바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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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와 6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와 브라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최근 확산세가 가팔라진데다 특히 방역 취약지인 빈민가에서 연이어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인도는 국가봉쇄령을 곧 해제할 태세고, 브라질에선 리더십 실종으로 혼란만 커지고 있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최근 사흘 새 2배 가량 폭증했다. 지난 1일 1,600여명이던 누적 확진자 수가 4일 3,000명대에 올라선 것이다. 5일 현재는 그 수가 3,588명까지 늘었다. 누적 사망자도 99명으로 집계됐다. 브라질의 상황도 심상찮다. 4일(현지시간) 누적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하루 사망자는 역대 최고인 72명을 기록하며 총 431명이 됐다. 첫 확진자는 한국보다 한 달 이상 늦은 2월 26일 나왔지만 누적 환자 수는 이날 한국을 추월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인도와 브라질 모두 각각 13억8,000만명과 2억1,250만명인 전체 인구에 비해 확진자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양국 모두 보건ㆍ의료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빈약한데다 환경이 열악한 빈민가에서의 발병도 시작되는 양상이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진단 여력이 부족한 이들 두 나라의 실제 환자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할 경우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미 CNN방송은 이날 “아시아 최대 빈민가 중 하나인 인도 뭄바이의 ‘다라비’에서 최근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인구밀도가 뉴욕의 30배 이상으로 물조차 없이 수천 명씩 붙어사는 다라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면서 “미국ㆍ유럽 상황을 훨씬 뛰어넘는 바이러스의 ‘맹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지매체 뭄바이 라이브는 “다라비에서 사망자 1명을 포함한 5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다른 빈민가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국가봉쇄령에 따른 공장 등의 폐쇄로 뉴델리와 뭄바이를 비롯한 대도시 빈민가 거주민 수백만명의 ‘도시 대탈출’ 여파도 주목된다. 자칫 전국적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오는 14일부터 봉쇄령을 순차적으로 해제할 방침이다. NDTV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3일 지방정부 총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순차적으로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도 상파울루시 남부 파라이조폴리스 등 전국 각지 빈민가(파벨라)에서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6,329곳인 파벨라 거주민은 전체 인구의 6% 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파벨라는 밀집된 생활환경, 열악한 위생, 건강관리 부족 등이 중첩된 취약지역”이라며 “이미 국가로부터 방치된 파벨라의 거주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가벼운 감기’라며 안일한 인식을 보여온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계속된 실언으로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2일에도 “일터로 돌아가라”는 황당한 메시지를 내놓자 야당은 물론 여당과 연방대법원장, 보건부 장관까지 비판 목소리를 낼 정도다. 브라질의 작가 엘리안느 브룸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코로나19의 대유행 상황에서 악당은 보우소나루”라며 “그는 브라질을 넘어 전 세계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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