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슈 세계 정상들 이모저모

`남미의 트럼프` 브라질 대통령 축출설…"어차피 죽을 사람" 코로나19 막말로 지지도 추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코로나19가 지구 반대편 브라질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사실상 축출되고 월터 브라가 네투 육군 참모 총장(오른쪽 위)이 사실상 대통령직을 수행하게됐다는 해외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저녁(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공식 대통령실 밖에서 공중 목욕탕 이용 후 지지자들을 만났다. [출처=블룸버그·위키피디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지구 반대편 중남미마저 휩쓸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대통령이 사실상 축출됐다는 해외 언론 보도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지 않았고 군부 쿠데타 형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라방가르디아는 월터 브라가 네투 브라질 육군 참모 총장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대신 연방정부를 총괄하게 됐다고 브라질 온라인 군사전문 매체 데펜사넷을 인용해 이날 전했다. 이는 연방정부 각 부처 장관과, 군 고위 관계자, 대통령 간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헌법상 공식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군부 쿠데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 합의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매일경제

지난 1일(현지시간) 브라질 군사전문매체 데펜사넷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더이상 실질적 통지차가 아니며 네투 장군이 사실상 국정 운영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내용의 보도는 브라질 현지와 아르헨티나 매체를 통해 나오고 있다. 앞서 1일 브라질 군사전문매체 데펜사넷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더이상 실질적 통지차가 아니며 네투 장군이 사실상 국정 운영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투 총장의 직함은 '플라나우토 수석'(chief of staff of the Planalto)이다. 플라나우토는 수도 브라질리아 소재 대통령궁을 부르는 말이다.

이어 2일 브라질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인 '브라질 247'역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3일에는 아르헨티나 언론 엘데스타페의 호라시오 베르비트스키 기자도 "브라질 고위 장군이 아르헨티나 장군과 통화하면서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네투 총장이 '운영 대통령' 이 된다고 통보했다"면서 "다만 이는 두 장군이 전화하면서 주고받은 비공식 정보"라고 전했다.

매일경제

지난 달 브라질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 주택가에서 시민들이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 `냄비 시위`(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남미 특유 시위방식)를 벌이는 모습. 대통령이 엄중한 코로나19 사태를 두고도 막말과 기행을 일삼으면서 여론이 빠르게 악화됐다.[출처=BBC영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간 브라질 내에서는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합심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난하는 등 여론이 갈수록 나빠져왔다. '극우 포퓰리스트'로 통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엄중한 코로나19 사태를 두고도 막말과 기행을 일삼는 탓이다.

대통령은 코로나19 희생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미안하지만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그게 인생이다"라고 말해 논란을 샀다. 취지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자는 것이지만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보건부 등 경고를 무시한 발언이었다.

매일경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독감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연일 수도 브라질리아 인근을 돌며 지지자들을 만나다가 결국 트위터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으로부터 자신이 올린 해당 영상·게시글을 삭제당했다.[출처=블룸버그·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또 "코로나19는 독감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측으로부터 자신이 올린 게시물을 삭제당하기도 했다. 지난 달 30일 현지 폴랴지상파울루 신문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대통령이 보건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29일 수도 브라질리아 시내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만나는 영상 게시물에 대해 '코로나19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삭제 조치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보건부의 '사회적 격리' 조치에 반감을 담은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가 트위터로부터도 '공식적인 공공보건 정보에 위배되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게시물을 삭제 당한 바 있다.

매일경제

4일(현지시간)미국 존스홉킨스 의대가 각 국 보건부 발표 등을 취합한 자료를 보면 브라질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만명을 돌파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일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가 각 국 보건부 발표 등을 취합한 자료를 보면 브라질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1만360명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 사망자는 총 445명이다.

브라질은 중남미에서 가장 인구·경제 규모가 크지만 공공 의료 시스템이 빈약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파벨라(favela)에서는 특히 코로나19가 시한폭탄이다. 파벨라는 수도 브라질리아와 경제 도시 상파울루, 관광지로도 유명한 리우데 자네이루 등 대도시에 자리한 거대 빈민촌이다. 이밖에 아마존 우림 지역에서도 원주민 감염자가 나와 일대가 긴장하는 모양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해 1월 취임 후 아마존 우림을 비롯한 외딴 지역에서 일하는 쿠바 의사들을 대거 추방했고 이 때문에 생긴 의료 공백이 이어지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 특히 빈민층과 원주민 등이 가장 많이 희생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