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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거리두기 의식했던 文대통령, 주민들 먼저 손 내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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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속 식목일 풍경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5일 강원도를 찾아 지난해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악수를 피하려 했지만 주민이 먼저 손을 내밀자 이를 붙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여한 식목일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 속에 치러진 만큼 여느 해와 달리 제법 무거운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지난해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를 찾아 당시 산불 진화에 참여했던 주민 등 40여 명과 금강소나무를 심었다.

해마다 식목일이면 사람들이 모여 떠들썩하게 나무를 심는 풍경이 보편적이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인 만큼 나무를 심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꺼려진 게 사실이다. 더욱이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온 국민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연일 당부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지역 주민 등에게 “우리가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정말 나무 심기, 복구 조림만큼은 우리가 쉬지 않고 해야 된다”고 말했다. 식목일을 맞은 국민들을 향해서도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시지만 한 분당 한 그루씩 나무를 가꾸기, 또는 한 분당 한 그루씩 나무를 기부하기, 이런 운동으로 복구 조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는 중에도 나무만큼은 쉴 새 없이 계속 심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고충을 하소연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위기로 감자를 비롯해 강원도의 특산물인 농산물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강원도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있다. 뉴시스


최 지사는 “저희가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농산물들을 못 팔았다”며 “요즘 감자를 팔고 있었는데, 두 분(문 대통령 부부)은 좀 아껴두고 있었다. 좀 비싼 것을 팔아 주십사 하려고”라고 말해 잠시 웃음이 일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선 농가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마을 주민들에게 인사하려고 천남리 마을회관으로 갔을 때에는 뜻밖의 상황도 벌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주민들과 ‘손을 잡는’ 악수를 피하려는 문 대통령 곁으로 다가간 할머니 등 주민 일부가 먼저 문 대통령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산불이 났을 때 살던 집이 다 타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잘 아는 문 대통령도 결국 주민들의 손을 붙잡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이 순간만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잠시 잊혔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가진 다과회 말미에 문 대통령은 다시 코로나19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4월5일 경북 봉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식목일 기념식에 가기로 했었는데 저는 (강원도) 산불 현장으로 갔다”며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식목의날 기념식은 코로나19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에는 산불 때문에,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식목일 행사가 뜻한 것처럼 잘 진행되지 못해 안타깝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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