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외국인 韓 증시 탈출 행렬…"코로나19 이후가 더 문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2일 연속 순매도해 4개월 만에 최장 기록

확진자수 급증·유가 급락 등 원인

"펀더멘탈 무너지면 '셀 코리아' 굳어질 수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탈출 러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증시를 떠받치고 있지만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증시 반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 매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수 하락에 따른 비중 조정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한켠에서는 경제 펀더멘털의 치명상을 입을 경우 ‘셀 코리아’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데일리

지난 3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0.58포인트(0.03%) 오른 1,725.44에,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5.31포인트(0.94%) 오른 573.01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까지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7일부터 12월 5일까지 세운 21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4개월 만에 최장 기록이다. 역대 최장 외국인 순매도 기록은 37거래일 연속으로 지난 2015년 12월 2일부터 2016년 1월 26일까지다.

외국인은 지난달 기준으로 3월 4일을 제외한 전일 주식을 팔아치웠다. 3월 한달간 총 12조 55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4월 들어서도 1조7819억원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외국인의 ‘팔자’는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등 사태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지난 2일(현지 시간)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고 사망자는 5만명이 넘었다고 집계했다. 특히 확진자수의 경우 지난달 26일 50만명을 넘은 이후 1주일 만에 2배로 늘어난 셈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강도 높은 통화·재정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금융시장 불안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 지수가 올 들어 최저점인 지난달 19일 이후 이날까지 약 18.3% 반등했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여전한 이유다.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계 자금의 이탈도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중동 국가들은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국부펀드를 통해 해외 투자 자금을 거둬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배럴당 40달러였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들어 20달러대로 떨어졌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건 맞지만 과도한 해석은 불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지수 전체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자금 비중으로 봤을 땐 큰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액 비중은 33.42%로 코로나19 사태 초반인 지난 2월 3일 34.91%에 비해 약 1.5%포인트 줄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큰 변동이 없다”며 “다시 말해 외국인이 팔고 나갔다기 보다도 조정 작업으로 보는 게 더 맞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국인이 아예 떠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코로나19로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이 무너져 투자 매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가 일시적으로 진정되면 외국인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더 큰 문제는 전염병으로 인해 경제 시스템 자체가 입을 타격이 어느 정도가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길게 놓고 보면 결국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