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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영수의 현장클릭]정유업계, 1분기 적자만 2兆 이상..“예측이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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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감소 직격탄..정유업계 가동률 역대 최저

저유가불구 수요부진에 정제마진 마이너스 기록..“유례없는 상황”

“이대로면 도산 국면..정부 차원서 특단의 조치 검토 필요한 시점”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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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올 1분기 적자규모를 예측한다는 게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하루게 다르게 적자 예상치가 바뀌고 있거든요. 2분기에도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도산 국면에 처하게 될 겁니다.”

최근 정유업계는 증권업계에서 내놓은 정유사에 대한 실적 예상치가 널뛰기하듯 바뀌는 것을 빗대어 이같이 토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불과 3주전 증권사 컨센서스는 2000억원가량 적자를 예상했지만 이번주 들어서는 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급기야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 1분기 적자규모가 총 2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40달러로 급락했던 2014년 정유업계가 그 해 4분기 기록했던 1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정유업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수요 감소에 산유국 간 치킨게임에 의한 원유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수요 부진에 따른 정제마진(정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구입가격을 뺀 값) 하락은 유례없는 현상이다. 실제 지난 해 11월~12월 20년 만에 정제마진이 배럴당 마이너스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9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국내 정유업계는 배럴당 정제마진이 4달러일 경우 영업이익이 ‘0’에 수렴한다. 수익 마지노선인으로 4달러는 고사하고 마이너스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가동률 감축, 정기보수, 구조조정 등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인 SK에너지는 지난 달부터 약 15% 수준의 가동률 감축에 나섰으며 이달에는 추가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초부터 가동률을 이미 80%대로 내린 에쓰오일은 창사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다. 임원급여를 20%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현대오일뱅크도 가동률을 지난해 말 90%로 낮춘 상태다. 정유업계가 정기보수 등 공정관리가 없는 상황에서 가동률을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15% 이상 줄인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내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역내에서 가장 높은 공정능력을 갖춘 국내 정유사들마저도 공장 가동률을 낮춘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위중하다는 것”이라며 “시황 악화로 국내 정유사의 손익 악화 가능성이 높아져 추가적인 정유사의 가동 감량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던 탈황규제인 IMO2020 효과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운송 수요가 급감하며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양새다.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등장에 따른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로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정유업계엔 달갑지 않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 진퇴양난의 구조적 위기에 빠진 정유업계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에너지 믹스 전환이 시대적 흐름이지만 내수·수출 측면에서 석유제품은 아직 필수재인데다 에너지산업 전체로 봐도 정유산업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동율을 축소하거나 멈출 수 없는 것이 정유업계의 숙명”이라며 “시대의 변화와 함께 글로벌 산업 지형도 역시 크게 뒤바뀐 만큼 정유산업에 대한 불합리한 정책은 없는지, 환경변화로 오히려 업계에 역차별적인 요소는 없는지 등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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