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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트럼프 “더 받아내라”…방위비협상 막판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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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기간 5년’ 잠정합의는 유효

수천억대 추가 부담 놓고 줄다리기

정부 “최대치 제시…공은 미국에”

미 국무 차관보 “협상 끝나지 않아”

한국 특파원에 이례적 자료 배포

‘타결 임박’ 보도·총선 겨냥한 듯

주한미군사령관 ‘김칫국’ 논란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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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하 ‘특별협정’) 체결 협상과 관련해 한-미 협상 대표단이 큰 틀의 공감을 이룬 잠정안을 보고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협상’을 지시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급히 전화 협의에 나섰으나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미 동맹 관리의 중대 변수로 작용해온 ‘트럼프 변수’가 다시 돌출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협상대표 선에서 공감한 수준보다 더 많은 액수를 얻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분담금 규모와 관련한 현재 한·미의 견해차는 수백억원 수준이 아닌 최소 몇천억원대로 알려졌다. 다만 11차 특별협정의 적용기간을 ‘5년’으로 한다는 데에는 두 나라 사이에 견해 차이가 없다고 한다. 결국 남은 쟁점은 한국 쪽이 얼마를 내느냐를 둘러싼 양국의 줄다리기인 셈이다. 2019년에 적용된 10차 특별협정은 ‘적용기간 1년, 분담금 1조389억원’이다.

애초 협상 대표단이 공감한 11차 특별협정의 뼈대는 ‘적용기간 5년에 분담금 규모 1조원대’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협상 지시에도 ‘적용기간 5년’ 잠정 합의는 유효한 만큼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할 상황은 아니다.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협상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라는 정은보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의 3월31일 발표 기조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악마는 세부사항에 있다’는 외교 격언을 떠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쪽은, 총선이 열이틀 앞으로 다가와 국내 정치적 균열이 최고조에 이르러 운신의 폭이 좁은 한국 정부를 거세게 압박하는 분위기다. 클라크 쿠퍼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2일(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질문에 “서울과 워싱턴의 협상은 계속된다. 협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 당국자도 워싱턴에 있는 한국 특파원들한테 보낸 전자우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동맹들이 더 기여할 수 있고 더 해야 한다는 기대를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국무부 당국자가 한국 특파원들한테 먼저 자료를 보내는 일은 이례적이다.

한겨레

이 와중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김칫국 마시다”라는 한국어 표현의 뜻풀이를 2일 하루 동안 두차례나 트위터에 올리는 야릇한 행보로 분담금 협상을 둘러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2일 이른 오후 “나는 오늘 부화하기 전 닭을 세지 말라는 (미국식) 표현이 상황이 무르익을 때까지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한국식) 표현과 같다는 것을 배웠다”고 트위트했다. 아울러 “한국어에도 (미국식 표현과) 비슷한 표현이 있을 때 통역사의 하루가 편해진다. 대부분의 날에 통역사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는 2일 저녁 무렵엔 한 트위터 사용자가 올린 “김칫국 마시다”라는 표현의 한-영 사전식 뜻풀이를 리트위트했다.

이는 그 자체로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문화역사적 배경이 다른 한국인과 미국인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사 표현을 배웠다는 ‘사실 진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거듭된 “김칫국 마시다” 언급이, 3월31일 정은보 협상대사가 “협상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라 밝히자 다수 언론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합의 발표 임박’이라 보도한 한국 쪽 움직임을 비꼬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칫국 마시다” 트위트를 두고 논란이 일자, 주한미군사령부는 3일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트위트는 순수한 (악의가 없는) 것으로, 그가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김치를 즐겨 먹기 때문에 어떤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돌출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트위트 논란은, 주한미군사령부의 전례 없는 미군기지 한국 노동자 4천여명 무급휴직 강행 조처와 맞물려 “총선을 앞둔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계산된 국내정치 개입 시도”라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한국 정부는 “공은 미국 쪽에 있다”는 분위기다. ‘특별협정의 틀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이미 제시했고, 추가 인상의 여지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분담금 규모를 둘러싼 한-미 간 견해차가 상당해 최종 합의 발표가 언제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현재 상황이 최종 타결을 앞둔 막판 진통일지 아니면 장기화할지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에 달렸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모든 게 합의될 때까지는 아무것도 합의된 게 아니다”라며 “협상이라는 게 최종(합의)까지 가려면 우여곡절이 많다”고 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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